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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투자인가 투기인가 ‘비트코인’ 광풍
[기획]투자인가 투기인가 ‘비트코인’ 광풍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8.01.22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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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전망 안개 속…투기차단·기술육성 해법 찾아야

블록체인 등 기반기술 ‘시선집중’

긍정론·부정론 극명하게 엇갈려

정부, 실명제·과세로 연착륙 모색

실로 광풍 수준이다. 비트코인 이야기다. 직장인은 물론 주부와 대학생, 심지어 고등학생까지 인생역전의 꿈을 안고 비트코인 투자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는 약 3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비트코인 거래는 국경과 시간을 초월한다. 창구가 없는 거래소는 24시간 잠들지 않는다.

투자자는 모두 대박의 꿈을 좇는다. 신기루 같은 이야기가 들린다. 누구는 아침에 몇 백만 원을 투자해 불과 반나절 만에 몇 천 만원, 아니 몇 억 원을 벌었다고 한다.

큰돈을 번 사람이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누가 대박의 주인공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단시간에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는 그 미지의 가능성에 가슴이 설렌다.

월급 200만원을 받기 위해 야근을 마다하지 않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해 보인다. 호기심과 질투심이 발동한다. 비트코인 거래소 사이트에 접속한다. 쌈짓돈으로 과감하게 비트코인을 산다. 혹자는 대출까지 받아 거금을 투자하기도 한다.

그런데 비트코인 시세는 롤러코스터 타듯 등락을 거듭한다. 하락장에 진입하면 투자금은 순식간에 반 토막이 난다. 일확천금의 꿈은 사라지고 쪽박을 차야하는 쓰라린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비트코인에 얽힌 우리네 자화상이다.

개념·실체·명칭 ‘모호’

비트코인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지만 그 개념과 실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선 명칭부터가 혼란스럽다. 시장에서는 가상화폐나 암호화폐라고 부르고 정부에서는 가상통화라고 칭한다. 정부의 공식적인 설명을 찾기 어렵지만 지불수단을 통칭하는 추상적 개념으로 ‘통화’라는 표현을 쓰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적인 요건을 갖춘 지급수단인 ‘화폐’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여기서는 일단 정부가 사용하는 ‘가상통화(virtual currency)’라는 명칭을 쓰기로 하자. 한국은행은 가상통화를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개발돼 화폐대신 사용되는 새로운 유형의 지급수단”으로 정의하고 있다. 동시에 가상통화는 “이전 가능한 금전적 가치가 분산형 장부에 저장돼 발행된 전자적 정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디지털 통화(digital currency)’ 혹은 ‘전자화폐(electronic currency)’는 가상통화의 상위개념이면서 비교대상이 된다.

전자화폐는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 발행하는 전자금융거래법에 바탕을 두고 통용돼 안정성이 높다. 가장 대중화된 형태의 전자화폐로 교통카드를 들 수 있다.

이에 반해 가상통화는 발행을 책임지는 은행이나 금융기관이 없고, 교환가치가 수요·공급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비트코인, 시가총액 85% 이상

현재 알려진 가상통화로는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 리플 등이 있다.

여러 가상통화 중에서 비트코인이 특별히 주목받는 건 작동방식이 특이하고 전 세계적으로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2009년 1월 사카미 나카모토로 알려진 익명의 개발자에 의해 첫 선을 보였다.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개인 간 직접적인 금융거래와 자금이체가 가능한 것은 비트코인의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장점에 힘입어 비트코인은 그간 급속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최근 가상통화 시가총액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얻는 방법은 채굴과 거래소를 통한 구입 등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인터넷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해 파일을 공유하는 P2P(Peer to Peer)를 기반으로 비트코인을 직접 채굴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채굴(mining)’이란 P2P 네트워크상에서 암호화 알고리즘에 따라 일종의 수학문제를 푸는 작업을 말한다.

채굴에 성공하는 사람은 시스템 운영에 기여한 대가로 일정한 비트코인을 획득하게 된다. 채굴은 컴퓨터에서 순차적으로 문자를 대입해 보는, 반복적인 연산작업을 통해 가능하다.

일반인의 경우 고성능 컴퓨터를 갖추지 못한 까닭에 비트코인 채굴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보통의 PC 사양이라면 비트코인 암호를 푸는데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채굴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암호의 자릿수도 점점 늘어나 비트코인을 얻기는 그 만큼 더 어려워진다.

거래소 이용하려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는 각국에 개설된 거래소에서도 사고 팔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원·달러 등 법정화폐로 가상통화를 거래할 수 있다.

거래소는 개인이 보유한 가상통화를 손쉽게 사고 팔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가상통화의 이상열기를 식히고 부작용을 막기 위해 거래소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가 거센 역풍을 맞기도 했다.

박 장관의 방침대로 거래소가 폐지되면 기상통화를 사고팔 수 없게 될까. 그렇지 않다. 개인 간 거래를 통한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거래소가 없어진다 하다라도 다른 나라의 거래소를 통한 매매도 가능하다. 하지만 외국거래소를 이용하려면 해외 금융기관에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또한 거래차익을 국내에서 현금화하려면 복잡한 환전절차가 수반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교각살우’ 어리석음 안된다

비트코인 발 회오리바람 속에서 가상통화의 미래와 투자가치를 어떻게 가늠해야 할까. 이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와 전망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먼저 가상통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거래의 활성화에 힘을 싣는 쪽에서는 가상통화가 화폐이기 이전에 고효율의 금융네트워크라고 주장한다.

특히 금융기관의 개입이 없고 중앙 집중적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매우 저렴하고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가상통화의 경쟁력으로 꼽는다.

이에 더해 가상통화의 거래가 블록체인과 분산원장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블록체인은 정보를 담은 ‘블록’을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하게 분산시켜 암호화 한 뒤 저장하는 기술이다. 거래가 하나의 블록에 담기고 이 블록들이 다른 블록들과 고리모양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누군가 거래를 하면 모든 사람의 장부에 그 내용이 저장되는 까닭에 해킹이 매우 어렵다. 이처럼 보안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블록체인은 주로 금융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물인터넷(IoT)·헬스케어 등으로 활용영역이 넓어질 전망이다.

이에 다수의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을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핵심 플랫폼으로 꼽는다.

이 같은 맥락에서 관련전문가들은 가상통화의 부작용을 우려해 과도한 규제를 가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투자에 대한 긍정적 전망으로 이어진다. 가상통화가 재테크 수단으로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고, 과도한 규제만 없으면 여전히 상승여력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다.

‘법정화폐’로 자리 잡기 어려울 것

그러나 가상통화는 교환가치가 널리 인정되는 진짜화폐가 아니라며 평가절하 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화폐로서의 신뢰와 안정성이 매우 취약해 법정화폐로 자리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시장상황을 보면 가상통화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과열돼 비이성적 투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를 지우기 힘들다.

이에 가상통화의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가상통화 그 자체로는 내재가치가 없고 정부 및 중앙은행에 의해 공인을 받지 않은 까닭에 안정적인 결제수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가상통화의 큰 장점으로 꼽히는 보안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은 보안성이 뛰어나지만, 정작 가상통화 거래소는 해킹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의 관점에서 본다면 거래소에서 가상통화를 구입한 사람들은 언제든 자신의 재산을 탈취 당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국내 거래소 유빗이 해킹을 당해 자산의 17%를 잃어버렸다. 그 충격파로 이 업체는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이에 따른 피해는 투자자들이 떠안아야만 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수적인 금융전문가들은 가상통화에 투자하더라도 그 금액이 전체 자산의 3%를 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평가액이 ‘0원’이 되더라도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으로 소액만 투자하라는 뜻이다.

정부, ‘투 트랙 전략’ 제시

정부는 ‘혼란의 도가니’에 빠진 가상통화 시장을 바라보며 큰 고민에 빠졌다. 무엇보다 가상통화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데 정부의 대응은 너무 안일했고 뒤늦었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이에 정부는 투기억제와 기반기술 육성이라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기본적인 해법으로 삼기로 했다. 가상통화 시장을 무조건 차단하기 보다는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면서, 투자가 투기로 변질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실행전략은 실명제 도입과 세금 부과다.

먼저 금융당국은 조만간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현재 가상통화 거래는 은행이 거래소 명의로 수십만 개의 가상계좌를 발급해주면 거래소가 이를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형태로 이뤄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본인임이 확인된 거래자의 은행계좌와 가상통화 거래소의 동일은행 계좌 간에만 입출금을 허용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A거래소와 B은행이 계약을 맺으면 B은행에 계좌가 있어야 A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거래자는 B은행에서 실명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는 불법자금의 유입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과세당국은 거래내역을 근거로 손쉽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더해 정부는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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