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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공유지의 비극’ 막으려면
[창가에서] ‘공유지의 비극’ 막으려면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8.02.12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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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공동소유의 넓은 목초지가 있었다. 이에 누구나 소와 양을 끌고 와서 풀을 먹일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풀은 점차 줄어들었고 대지는 오물로 가득 찬 황무지로 변했다.”

미국 생물학자 개릿 하딘(Garrit Hardin)은 지난 1968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발표했다. 이른 바 ‘공유지의 비극’이다.

이 이론은 1833년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포스터 로이드(William Forster Lloyd)에 의해 처음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훗날 하딘이 자신의 논문에 인용하면서 더 유명해 졌다.

‘공유지의 비극’은 풍족한 자원이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쉽게 남용되거나 고갈될 수 있는 있음을 경고한다.

이 이론을 되새겨 본 건 4차 산업혁명 시대, ‘ICT인프라’라는 공유지를 어떻게 일궈야 할지 합리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다. ICT 융합의 거센 조류를 타고 다양한 서비스가 출현하고 진화한다. 그 흐름을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당위론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명제를 짚어야 한다. 아무리 유용한 서비스라 할지라도 고품질 네트워크와 같은 정보통신 기반시설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이다. 이에 ICT인프라를 잘 가꾸고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또 다른 당위론이 성립한다.

두 개의 당위론은 참으로 어려운 숙제를 만들어 낸다. ICT인프라 구축에 연관된, 투자와 수익사이의 미묘한 함수관계를 푸는 일이다.

설비투자를 비용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ICT인프라에 대한 투자 축소는 단기적으로 수익의 증가로 이어진다. 그렇지만 통신사 등 발주처에서 여윳돈을 즉시 풀지 않고 실적용 ‘화력’으로 비축하는 데 집착한다면 ICT인프라라는 공유지는 황폐화될 수밖에 없다.

관로·전주·케이블 등의 필수설비 공동활용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 정부는 필수설비를 적절히 나누어 쓰면 과잉·중복투자에 따른 낭비를 막고 소비자 편익을 증진할 수 있다며, 제도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대한 통신사들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기간망의 상당부분을 보유한 KT는 필수설비 개방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여타 경쟁사들은 더 많은 공유를 주장한다. 양 측의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까닭에 어느 일방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비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히 새겨야 할 원칙은 필수설비 개방으로 ICT인프라에 대한 중장기적 투자가 위축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필수설비 공동활용을 명분으로 통신사에서 신규투자를 소홀히 하는 부작용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공유지의 비극을 막고 필수설비 공동활용에 얽힌 복잡한 실타래를 풀기 위한 묘안은 없을까.

무엇보다 ICT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사업주체간 역할 분담의 구체적 기준을 만드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나아가 필수설비 사용에 대한 합리적 대가기준과 네트워크 투자비용 분담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정립하는 것도 발등의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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