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핵 단추’를 놓고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먼저 포문을 연건 김정은 위원장이었다. 그는 신년사에서 “핵 단추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을 갖고 있다”고 응수했다.
두 지도자 간 ‘말의 전쟁’으로 급속하게 얼어붙던 한반도 정세는 불과 두 달여 만에 해빙모드로 바뀌었다. 특히 전격적인 남북 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논의는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이라 할 수 있다.
핵 위기의 격랑이 잦아든 한반도엔 따뜻한 봄기운이 가득하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이 불러온 훈풍은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남북 경협이 결코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다.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 따르면, 남과 북은 동해선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문제는 남북 간 합의의 실효성과 지속가능 여부다. 정치적으로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까닭에 경제협력의 올바른 방향과 그 효과를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반세기동안 한반도 정세는 짙은 안개 속에 갇혀 있었다. 앞으로도 그 안개를 말끔히 걷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야가 흐릴수록 적당한 가시거리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냉철한 상황판단과 완급조절을 바탕으로 남북경협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준비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 또는 남북통일에 대한 정치적 논의와는 별개로, 북한을 새로운 시장으로 활용해 경제 활성화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다만 맹목적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하며 지리멸렬한 의사결정 역시 일을 그르친다는 것을 머리와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한다.
‘저성장의 질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공식을 찾아야 하는 정보통신업계에도 이 같은 원칙은 분명히 유효할 것이다. 물론, 우리 정보통신기업이 북한 정보통신 시장진출을 가시화하기까지는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무엇보다 폐쇄된 북한체제의 특성상 정확한 시장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게 큰 걸림돌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지수요를 예측하고 투자계획을 수립하는 데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남북 경협이 본격 재개돼 남한 ICT기업의 북한 진출이 가능해진다 하더라도 사업추진 및 수익배분 체계, 계약제도 등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큰 고민거리다.
하지만 본디 남북관계에 작용하는 대내외 변수들은 정확히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게 기정사실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남북협력과 북한 진출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체계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기서 세계 제일의 경영자이자 엄청난 부호로 이름을 날린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의 일화가 떠오른다.
춥고 배고팠던 청년 시절, 카네기는 우연히 커다란 나룻배에 노 하나가 놓여있는 그림을 마주하게 된다. 무명 화가의 볼품없는 작품이었지만, 그림 속의 글귀를 읽은 뒤 고난 극복의 의지를 불태우며 성공에 대한 희망을 품었다고 한다.
그 그림에는 “반드시 밀물은 오리라, 그 날 나는 바다로 나아가리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훗날 세계적인 부호가 된 카네기는 자신에게 큰 용기를 준 그 그림을 비싼 값에 사서 사무실 벽에 걸어 두고 보물처럼 아꼈다고 한다.
남북경협에도 반드시 큰 밀물이 오리라 믿는다. 철저한 연구와 분석을 통해 통일의 바다로, 미래로 나아갈 채비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