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부, 관계법령 개정 잰걸음
예가작성 시 기초금액 공개 추진
입찰공고 때 단가책정 기준 명시
공공분야 시설공사에 대한 적정공사비 책정을 위해 합리적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적정공사비 산정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국가계약법령에 명시하는 등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공공 발주처에서 책정하는 공사비가 턱없이 낮아 관련업계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감과 맞물려 있다.
실제로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등 관련단체에 따르면 최근 15년간 공공시설공사의 설계가격이 최대 15%가 하락했으며, 공사 예정가격도 당초 설계가격 대비 약 13.5%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공공 발주처에서 예산절감에 초점을 맞춰 저가투찰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집행했기 때문이다.
공공공사비 하락은 정보통신공사업계의 안정적 경영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16년도 정보통신공사업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정부 및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에서 발주한 정보통신공사는 전체 공사실적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비춰볼 때 공공부문의 낮은 공사비는 정보통신공사업계의 수익기반을 약화시키는 중대요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국가계약법령의 합리적 개정을 통해 적정공사비 산정의 기틀을 갖추려는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명재 의원은 지난 3월 22일 공공공사의 예정가격 작성 시 기초금액과 그 산정근거를 공개토록 하는 내용의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공공 발주처에 예정가격을 산정할 때 예산절감을 명목으로 합리적인 사유 없이 기초금액을 삭감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시공업체의 덤핑입찰과 수익성 악화를 초래함은 물론 부실공사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개정안은 기초금액을 산정할 때 계약수량과 이행기간, 수급상황, 계약조건, 계약목적물의 품질·안전 확보 등을 고려해 적정 금액을 반영하도록 했다. 아울러 물량·단가의 오류 시정 등 합리적인 사유 없이 기초금액을 삭감할 수 없도록 했다.
정부의 국가계약법령 개정 움직임도 눈에 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30일 공공공사 등의 입찰공고 시 주요 단가책정 기준을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계약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물품·공사·용역 등을 구성하는 재료비·노무비·경비, 일반관리비율, 이윤율 등 제비율을 명시하도록 했다.
이처럼 입찰공고 시 발주자가 산정한 원가기준을 공개토록 한 것은 정보통신공사협회에서 국회 및 정부에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청한 결과가 반영된 것이다. 이는 공공공사를 둘러싼 불필요한 분쟁과 불합리한 발주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적정공사비 산정이 고품질 시공의 출발점이 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공공공사에 대한 합리적 낙찰규정을 국가계약법령에 명시하는 데 국회와 정부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발주자의 불공정 행위를 차단하고 발주자와 계약자가 대등한 자격으로 공공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데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