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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멋이 깃든 술 이야기] 16. 봄의 시작을 알린다 '청명주'
[맛과 멋이 깃든 술 이야기] 16. 봄의 시작을 알린다 '청명주'
  • 김한기 기자
  • 승인 2019.03.19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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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청명주는 1년 24절기 가운데 하나인 청명일에 사용하기 위해 빚는 민속주로 청명(淸明)은 봄날이 시작되는 4월 초를 뜻한다. 왕성한 생명력이 돋아나는 날을 뜻하기도 해 '청명에 부지깽이를 꽃아도 싹이 난다'는 속담도 있다.

농경사회에서 청명은 한 해 농사의 출발을 알리는 귀한 날이기도 해 자연스레 청명날 빚어 마시는 청명주에 그 해 농사의 풍년을 바라는 농부의 희망이 담기기도 한다.

청명주는 조선 시대 이전부터 빚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 궁중에 올리던 진상주로 선택됐고, 사대부 집안에서는 귀한 손님 접대용으로 사용되던 명주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 "나는 평생 청명주를 가장 좋아하며, 양조방법을 잊어버릴까 두려워 기록해 둔다"고 적기도 했다.
당시에 청명주가 애주가들에게 어느정도 사랑을 받았는지, 소문이 났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현재 청명주를 빚는 중원당은 충주시 중앙탑면 청금로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술의 계보는 일제강점기 때 잠시 끊겼지만 1986년 故김영기 옹에 의해 복원돼 현재 4대째 대를 잇고 있다. 집안에 전해지는 '향전록'은 복원 당시 중요한 자료가 됐고, 이 문헌 덕분에 청명주 제조법은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됐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남한강 유역 지하의 수살매기물에 순찹쌀과 재래종 통밀로 만든 누룩을 써서 저온에서 약 100일 동안 발효 숙성시켜 빚는다'는 제조법을 충실하게 따랐다. 인공감미료나 방부제 등은 일체 넣지 않았다. 100일 동안 저온에서 발효와 숙성을 거친 술은 알코올 도수 17도로 일반 곡주보다 높다. 조선시대 과거시험 길에 이곳에서 청명주를 마시고 길을 떠나면 문경새재에 이르러야 취기가 깬다는 일화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알코올 도수가 17도인데도 목넘김이 순하다. 17도면 왠만한 소주만큼 도수가 있는 술이건만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숙취가 없는것도 특징이다. 그 이유는 술을 제대로 담그고 오랫동안 숙성시킨 것이 원인인 듯싶다.

실온에서 마셔도 맛있지만, 차갑게 마시면 맛이 더 좋다. 맑고 깨끗한 청명주를 한 모금 마시면 달콤하고 은은한 과일향이 입안에 가득하다. 누룩의 밀 껍질 성분이 발효되면서 우러나온 풍미가 깊고 향기롭다. 맑고 향긋한 청명주는 충주의 깨끗한 물도 한 몫 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은 '청명주변증설'에서 "이 술은 우리나라 금탄의 물이 아니면 이룰 수 없으니 다른 지방에서 모방해도 이와 같지 않다"라고 했다.

한 해 농사의 풍년을 바라는 농부의 희망처럼 올 한해 계획한 일의 풍년을 기원하며 한잔.

수백년 이어져 내려온 전통비법으로 빚은 청명주의 다양한 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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