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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사슴에게 배우는 상생의 지혜
[창가에서] 사슴에게 배우는 상생의 지혜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9.05.09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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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숲에 들면 투명한 신록이 몸 안으로 스민다. 크고 작은 나무마다 연둣빛이 살아있는데, 그 밝기와 질감이 모두 다르다. 5월의 신록은 그렇게 오묘한 생명현상을 입증한다.

요즘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숲에 가면 녹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숲의 한복판을 거닐고 나면 들숨과 날숨이 한없이 맑아진다. 도심의 허파와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드넓은 서울숲 한가운데 꽃사슴 방목장이 자리하고 있다. 산책로 사이의 울타리 넘어 자유롭게 뛰노는 사슴들을 만날 수 있다.

생태 숲에서 인간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가기에 사계절 먹이 걱정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야생의 사슴은 산과 들을 가로지르며, 쉼 없이 먹이를 찾아 다녀야 한다.

야생의 사슴은 특유의 울음소리를 낸다고 한다. 특히 사슴은 좋은 풀밭을 발견하면 혼자 배를 채우지 않고 청아한 울음으로 자신의 친구들을 불러 모은다. 슬퍼서 내뱉는 울음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울음이다.

고대의 중국인들도 이런 사슴의 모습이 경이로웠던 것일까. 중국의 시가를 모아 엮은 시경(詩經)에는 유유녹명(呦呦鹿鳴)이라는 말이 나온다. 녹명(鹿鳴)은 말 그대로 사슴의 울음이란 뜻이고, 유유(呦呦)는 그 소리를 표현한 의성어다.

야생의 사슴은 친구들과 먹이를 나누며 동행하는 법을 안다. 멀고 험한 길이지만 함께 가기에 더 멀리 갈 수 있다. 사슴에게서 상생의 지혜를 배운다.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는 ICT 경영정글에서도 사슴의 지혜는 유효하다. 크고 작은 기업들이 ‘같이’의 가치를 가슴에 새기며 혁신의 수레바퀴를 함께 밀고 가면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 상생경영이요, 동반성장이다.

사실 상생경영과 동반성장의 경제적 원리는 단순하다. 수익기반을 확대하되 서로 도우며 성과를 내고, 공정한 방법으로 분배하자는 것이다. 성장의 효과가 산업현장 곳곳에 스며들게 해 선순환적 발전의 토대를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그 원리는 단순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기업의 존재이유가 더 많은 이윤을 내는데 있고,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만 보고 질주하다 보면 상생의 의미는 쉽게 잊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더욱 빛이 난다.

상생경영과 동반성장은 중소기업의 신규고용과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대기업 입장에서도 건실하고 안정적인 생산 및 유통구조,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국가경제의 기초체력도 더욱 튼튼해질 수 있으니 일석삼조다.

지난 7일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상생협력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원활한 소통과 협력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공사 발주자와 수급사업자의 입장이 서로 다를 수 있겠으나, 이날 양측은 상생의 끈을 맞잡고 공동주택의 시공품질 향상이라는 목표를 공유했다.

논어에 ‘군자주이불비(君子周而不比)’라는 구절이 있다. 군자는 사람을 넓게 사귀되 패거리를 짓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슴은 무리를 지어 싱싱한 풀밭을 찾아다니되 나만 살겠다고 작은 패거리를 만들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며 군자를 떠올린다. 5월의 신록에 투영된 사슴의 지혜가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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