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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건설시장 말썽쟁이 ‘페이퍼컴퍼니’ 근절하려면
[기획] 건설시장 말썽쟁이 ‘페이퍼컴퍼니’ 근절하려면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9.06.09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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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행위 모니터링 강화·덤핑입찰 원천차단 급선무

무분별한 저가투찰…시장질서 어지럽혀
위법한 저가하도급·부실시공 유발 우려

ICT융합 시대 합리적 등록기준 모색해야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른바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로 불리는 부실·부적격 시공업체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함량 미달의 페이퍼컴퍼니는 무분별한 저가투찰로 공사 낙찰률을 떨어뜨려 정상적으로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의 수주활동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시장질서를 바로잡고 건설업 및 전문 시공분야의 건실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 근절에 대한 업계 차원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 정상업체 동반부실 초래

사전적 의미의 페이퍼컴퍼니는 물리적 실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말한다.

등록된 주소지로 직접 찾아갔는데 실제 근무하는 직원이 없다면 페이퍼컴퍼니일 확률이 매우 높다. 유선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을 때 전화를 받지 않거나, 매번 특정인의 휴대폰으로 연결되는 경우에도 페이퍼컴퍼니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페이퍼컴퍼니는 사업목적이나 업종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운영된다. 금융분야의 경우 지속적으로 운용되는 사례가 많으나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되는 경우에는 해당 사업이 완료되면 자동적으로 해산된다.

건설업 및 전문 시공분야의 페이퍼컴퍼니는 형식상 자본금이나 기술능력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시공능력은 갖추지 않은 업체를 의미한다.

페이퍼컴퍼니가 주로 쓰는 수법은 인사·노무관련 서류를 허위로 꾸며 실제 고용하지 않은 기술자가 현장에 나가있는 것처럼 속이는 것이다. 나아가, 자본금 요건을 맞추기 위해 회계를 조작하는 불법행위를 벌이기도 한다.

이들 페이퍼컴퍼니는 턱없이 낮는 가격으로 공사를 수주한 후 일괄하도급 등을 통해 차익만 얻는 식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다수의 페이퍼컴퍼니가 덤핑 입찰로 시장의 물을 흐리는 까닭에 적정 가격을 써낸 시공업체의 공사수주 확률은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체 간 수주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낙찰률은 급격히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낙찰률이 낮게 책정되면 시공업체는 충분한 공사비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 어렵게 공사를 수주하더라도 적정 이윤을 내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에 페이퍼컴퍼니의 난립은 정상적인 시공업체의 동반부실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더 큰 문제는 페이퍼컴퍼니가 따낸 공사는 불법 저가하도급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부실시공과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 각종 폐해를 낳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 부실기업 조기경보시스템 가동

정부는 이런 문제를 바로 잡고 연관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무자격·부실업체에 대한 상시 퇴출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등록기준에 미달하는 무자격업체에 대한 실태조사 등을 통해 2008년 이후 연평균 800여개 업체를 시장에서 걸러내고 있다.

지난해 6월, 국토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건설산업 혁신방안’도부실업체 퇴출과 저가 하도급 등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시장질서를 바로 잡고 기술경쟁을 통해 우량업체를 선정하는 풍토를 조성하겠다는 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기본적으로, 국토부는 건설업체의 15% 내외를 부실업체로 보고 있다.

부실업체를 걸러내기 위해 국토부는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www.kiscon.net)’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KISCON은 건설업체의 재무능력, 기술자 보유현황, 공사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기능을 한다. 이를 통해 부실이 의심되는 업체를 추출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한다. KISCON이 부실기업 조기경보시스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에 더해 국토부는 지난 3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 원도급사가 일정비율 이상을 직접 시공해야 하는 직접시공 대상공사의 범위를 50억원 미만에서 70억원 미만으로 확대했다. 페이퍼컴퍼니 등 시공능력이 없는 업체에 대한 감시망을 더욱 촘촘히 엮기 위한 조치다.

지방자치단체도 페이퍼컴퍼니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4일 ‘건설업 페이퍼 컴퍼니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부실불법업체 단속대상을 전문공사 업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국 최초로 관급공사 입찰단계에서도 페이퍼 컴퍼니 단속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 단속을 통해 시장에서 사라졌다가도 속칭 ‘바지사장’을 내세워 다시 영업을 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페이퍼컴퍼니를 근절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등록기준 강화해야 하나

일각에서는 페이퍼컴퍼니 난립의 원인을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따라 공사업 등록기준이 한층 완화된 것에서 찾기도 한다. 2000년대 들어 건설업 등록방식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페이퍼컴퍼니가 급격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정보통신공사업의 경우에도 지난 2015년 12월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업 등록이 한결 쉬워졌다.

구체적으로, 개인이 공사업 등록을 할 때 갖춰야하는 자본금 기준이 법인과 동일하게 1억5000만 원으로 낮아졌다. 법령 개정 전에는 개인의 자산평가액이 2억 원 이상이어야 공사업 등록이 가능했다.

또한 공사업 등록을 위해 15㎡ 이상의 사무실을 갖추도록 했던 규정이 없어졌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기술자 등이 항상 이용할 수 있고, 필요한 사무장비를 갖출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사무실이라면 면적에 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

이처럼 시장문턱이 낮아져서인지 정보통신공사업 등록업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8일을 기준으로 전국의 정보통신공사업체 수는 1만122개에 이른다. 공공·민간발주처를 모두 합치더라도 공사물량에 비해 업체 수가 훨씬 더 많다. 대다수 업체가 공사수주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시장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페이퍼컴퍼니는 마치 정상적으로 수주활동을 하는 것처럼 일선현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이에 공사업 등록기준을 한층 강화해 페이퍼컴퍼니 양산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다.

하지만 등록기준 강화는 경제·사회 전반의 규제완화 추세에 어긋나며 중소 시공업체의 안정적인 경영을 저해할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는 등록기준 완화에 따른 공사업체 수 증가를 페이퍼컴퍼니 난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주장과 맞물려 있다.

결국, 업계 전체를 놓고 보면 등록기준 강화 및 완화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합리적 등록기준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급속히 변화하는 ICT 융합환경에서 정보통신공사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심도있는 분석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정보통신공사업의 진입규제에 대한 논의와는 별개로 사후규제를 강화해 페이퍼컴퍼니를 근절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부실업체에 대한 지속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불공정·불법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함으로써 건전한 시장질서를 확립해 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페이퍼컴퍼니의 덤핑입찰을 막으려면 제 값을 받고 고품질 시공을 하는 업체를 우대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면서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투찰하는 업체는 원천적으로 낙찰 대상에서 배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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