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파괴해 작품성 훼손" vs "시대 변화 따른 재해석" 의견 분분
우리가 알고 있던 백인 인어공주 대신 흑인 인어공주가 등장하는 영화가 제작되기로 해 논란이다.
디즈니는 최근 가수 겸 배우인 할리 베일리(Halle Bailey)를 제작 예정인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 실사판 영화의 여주인공 '아리엘'에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베일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꿈은 이뤄진다(Dream come true)"는 말과 함께 검은 피부, 검은 두발의 아리엘 캐릭터 그림을 올렸다.
흑인인 그녀가 캐스팅되면서 우리가 그동안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봐 왔던 붉은 머릿결의 아리엘과는 또 다른 캐릭터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백인 등장인물을 흑인으로 바꾸는 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더왕을 도왔던 멀린이나 트로이 전쟁에서 활약한 아킬레스가 작중에서 흑인으로 등장하는 작품도 인터넷상에서 회자되고 있다. 한국 전통 사극에 등장하는 충무공 이순신, 백범 김구 역할을 흑인 배우가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디즈니의 결정을 두고 '원작을 파괴해 작품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북유럽 동화가 원작인 작품에서 흑인 인어는 아무래도 어색하다는 것이다. 베일리의 외모가 아리엘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얼평(얼굴평가)' 지적도 제기된다.
비판과는 반대로 디즈니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 헐리우드에서 백인 배우에게 아랍인, 동양인 캐릭터를 배정하던 '화이트워싱(백인화)'에 대한 반성적인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중요 인물은 백인으로, 조연이나 악당은 유색인종으로 그려오던 전통적인 설정도 문제라고 지적돼왔다.
여기에 인종적인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는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 운동까지 가세했다. PC주의자들은 어떤 작품에서든지 흑인, 동양인, 여성 캐릭터를 적절하게 안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디즈니의 이번 캐스팅에 PC주의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어찌됐든 디즈니가 만들 실사판 인어공주 아리엘 캐스팅은 결정됐다. 또한 비단 인어공주 뿐만이 아니라 모든 예술작품은 원작을 재해석하면서 줄거리나 캐릭터가 끊임없이 변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뛰어난 작품을 내놔 캐스팅 논란을 잠재워야 하는 숙제가 디즈니에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