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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법’이라는 고결한 믿음
[창가에서] ‘법’이라는 고결한 믿음
  • 이민규 기자
  • 승인 2019.10.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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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는 오는 12월부터 ‘검사내전’이라는 월화드라마를 방영한다.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의 동명 에세이가 원작이다.

저자는 20여 년 간 검사생활을 하며 겪은 숱한 애환을 책에 녹여 냈다. 법과 사회정의에 대한 깊은 성찰도 천의무봉(天衣無縫) 같은 문장들에 담겨 있다.

그는 초임 검사시절,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을 자임한 선배에게 존경심을 느꼈다고 회고한다.

그 선배는 배가 어디로 가는지를 걱정하기보다 자신이 맡은 철판을 꼭 물고 있는 게 나사못의 임무라고 했다. 그게 대한민국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법의 본질에 대한 김 교수의 고뇌에도 눈길이 간다.

법에 의한 분쟁 해결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기보다 새로운 분쟁과 갈등을 낳은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정의의 여신이 휘두르는 칼이 사리분별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칼을 맞는 것은 사람인지라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진다”는 말이 정곡을 찌른다.

그럼에도 상대를 구축(驅逐)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권력을 탐하기 때문이란다. 그런 흉계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더욱 키우고 검찰권으로 대변되는 국가권력을 누가 손에 쥘 것인가에 대한 피 튀기는 싸움을 낳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단순히 법조인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50대 사회인·생활인의 입장에서 사유의 보따리를 풀어냈다.

김 교수의 말과 문장들을 접하며 “법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난해한 문답 이전에, 법이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해소하고, 자신을 고통스럽게 옥죄는 문제를 해결해주리라고 굳게 믿는 보통사람의 생각도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그 생각엔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진실하다. 올바른 법이 있어야, 그리고 그 법이 제대로 작동해야 여러 사람들 사이에 실타래처럼 엉킨 다툼을 해소하고 공동선을 추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보통사람들은 법을 만드는 국회나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검찰, 나아가 법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법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처럼 꿋꿋하게 일해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법이라는 망망대해로 항해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하여 법률지식과 경험이 일천한 기자는 국회에 대해서만 조심스럽게 말하려한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지난 2일부터 100일간의 대장정에 올랐다. 그러나 조국 법무부 장관과 검찰 개혁을 둘러싼 정치적 이슈에 매몰돼 삐걱거리고 있다.

아직 처리되지 못한 수많은 법안들이 국회 어디에선가 맴돌고 있다.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설계 및 감리 수행자격 개선, 대기업의 소규모 공사 참여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도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처리 법안엔 수많은 사람들의 고결한 믿음이 녹아있다. 법이 정의로울 것이란 믿음, 그 정의로움으로 공정한 사회와 나라를 일굴 수 있으리란 믿음이다.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당리당략과 정쟁에서 벗어나 보통 사람들의 고결한 믿음을 깊이 헤아릴 수 있는 20대 국회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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