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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기본이 서면 길이 생긴다
[창가에서] 기본이 서면 길이 생긴다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0.02.10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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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가 세계를 강타했다. 병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의 한 고위관리는 초기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실토했다.

마궈창(馬國强) 중국공산당 우한시위원회 서기는 최근 국영방송사인 CCTV와의 인터뷰에서 “조금 일찍 현재와 같은 통제조치를 했다면 결과는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고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부끄러우며 자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4일 ‘제11차 의무고발요청 심의위원회’를 열고 하도급법과 가맹사업법을 위반한 협성건설, 이수건설 등 5개 기업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하기로 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협성건설은 41개 수급사업자에게 도장공사와 주방가구 등의 제조를 위탁하면서 자신 또는 대표이사가 소유한 회사의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는 조건으로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수건설은 273개 수급사업자에게 건설 및 제조를 맡기면서 어음할인료와 어음대체결제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하도급대금에 대한 지급보증도 이행하지 않았다.

모두 공정거래법령에 어긋나는 행위다. 이처럼 공정거래법령을 위반한 기업들 가운데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중기부는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나 사회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 중기부의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유령도시로 변한 우한. 검찰출석을 목전에 두고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을 5개 기업. 둘 사이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언뜻 무관해 보이지만 이들 사이에는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세계적으로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우한의 경우 초기방역이라는 기본을 소홀히 했다. 전염의 우려가 큰 질병이 발견됐을 때는 철저한 초기방역이 기본원칙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 차원의 선제적 조치가 조금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빠르게 시행돼야 한다고 말한 것도 초기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의 제재 조치를 받은 5개 기업 역시 공정거래법령이라는 기본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윤 추구가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임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이들 기업은 공정경쟁과 시장질서를 위한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했다. 결국 정부의 제재를 받고 법적인 책임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자업자득이다.

중국 고전인 논어에 ‘군자무본 본립이도생(君子務本 本立而道生)’이라는 구절이 있다. 군자는 기본에 힘쓰고, 기본이 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논어의 경구는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준다. 자신은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설득력을 지니기 어렵다.

기술개발 현장에서, 영업의 최일선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게 힘겨운가. 그럴수록 기본의 중요성을 머리와 가슴에 깊이 새겼으면 좋겠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튼튼한 기본을 갖춘 기업이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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