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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분권 조직 바탕으로 시장반응 제품에 빠르게 적용
소형·분권 조직 바탕으로 시장반응 제품에 빠르게 적용
  • 최아름 기자
  • 승인 2020.04.06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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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애자일 경영, 왜 화두인가

급변·불황시대 기업경영 대안
최소한 기능 적용 제품 출시해
고객 반응 따라 지속적 재출시

실수·실패 통해 성공요인 학습
직원 자율 보장…창의성 끌어내
까다로운 채용·가이드라인 필수

새해 롯데. SK, 현대그룹 계열사의 신년사에 동일하게 ‘애자일’이 등장했을 만큼, 2020년 국내 유수 기업들의 경영 화두는 애자일 경영이다. 나머지 5대 그룹인 삼성과 LG는 이미 수년 전부터 애자일을 적용해 왔다.

애자일 경영이 2000년대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으로 태동한 만큼, 정보통신 기업들에도 애자일 경영은 보다 밀접한 연관이 있다. KT는 전사업부별로 애자일 도입 여부를 판단하고 전환을 추진한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18년 애자일로 조직을 개편했다.

중소 정보통신 기업들도 애자일 경영을 당장 적용할 수는 없어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경영기법의 철학을 이해하고 부분적으로 적용을 고려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애자일 경영에 대해 알아보자.

국내 유수기업 경영에 적용

애자일(agile)은 민첩하고 기민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다. 불완전한 제품·서비스를 시장에 빠르게 투입해 그 반응을 빠르게 반영하며 제품이나 서비스에 민첩하게 바꿔가는 패러다임이다. 애자일 경영은 2000년대 소프트웨어의 개발 방식으로 처음 태동했다.

세상에 존재감을 알린 것은 마이크로소포트의 익스플로러 개발에 적용돼 대성공을 거두면서다. 간단한 기능만 갖춘 시제품을 출시하고 고객의 반응에 따라 시제품을 계속해서 재출시한 결과, 가장 고객 친화적인 브라우저로 인정받은 익스플로러는 당시 1위였던 넷스케이프를 보기 좋게 따돌리며 3년 만에 시장점유율 80%를 기록하게 된다.

애자일 경영은 국내 기업에서도 성공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오늘의 카카오를 있게 한 ‘카카오톡’ 역시 애자일 기법으로 발전을 거듭했으며, 카카오가 처음 출시한 기기인 ‘카카오미니’는 애자일을 통해 6개월 만에 출시됐다. 카카오뱅크 역시 핀테크 시장 진입 후 서비스에 발생한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라, 유니클로 등 중저가 패스트패션 브랜드들도 다음 시즌 물량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반응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애자일 방식을 경영에 적용하고 있다. 유행 주기가 이전보다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 인정하고 성장을 추구

애자일 방식은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한다. 때문에 장시간을 들여 완벽한 전략과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신속한 결정과 실패 경험을 통해 구성원들이 성공을 위한 경험치를 쌓으며 학습해가도록 이끈다. 때문에 실패는 장려된다.

학습된 내용이 프로젝트에 신속히 반영되게 하기 위해 조직은 소규모 단위로 분해되고 의사결정 권한도 실무자들에게 작게 쪼개져 분배된다. 따라서 프로젝트 중간에 문제가 생기거나 수정사항이 발생해도 상부의 지시를 받지 않고 실무자가 직접 결정·수정한다. 해당 내용은 구성원들에게 높은 수준으로 공유된다.

장기불황 기업 생존전략 ‘부합’

그렇다면 세계는 왜 이처럼 생소한 방식인 애자일 경영에 주목하는 것일까.

현대 사회를 일컬어 뷰카(VUCA), 뉴노멀(New Normal) 시대라 말한다.

뷰카(VUCA)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앞 글자를 따 탄생한 단어다. 세계 경제의 뉴노멀은 저성장, 저소득, 저수익, 고위험성이다.

바야흐로 예측을 거부하는 장기 불황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산업 생태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고, 4차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산업 간 융복합은 기존 사업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높은 정보접근성을 획득한 고객들은 가장 저렴하면서도 자신의 기대에 부합하는 제품·서비스들을 빠르게 찾아내 소비한다. 고객 욕구를 빠르게 파악하고 실시간으로 제품에 반영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급변하는 시대 속 변화하는 고객 욕구에 따라 제품·서비스의 수명도 짧아지고 있기 때문에, 한 제품의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일 필요도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경영진 주도 하에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수밖에 없다.

전통적 수직구조 조직에 이식 어려워

그러나 수직적 관료주의에 기초한 중앙집권적, 통제적인 대다수 조직이 시대 변화에 따라 하루 아침에 자율적, 수평적인 애자일 조직으로 변모하기란 생각보다도 어려운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리더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에게도 이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애자일 경영의 대척점에 있으면서, 기존에 대부분의 기업이 오랜 시간 차용했던 또 하나의 경영 방식으로 ‘테일러리즘’이 있다. 노동자는 표준화될 수 있으며 경제적인 동기에 의해서만 일을 하고 합리적이며 자기 중심적인 존재로 본다. 이러한 노동자를 창의력이 필요 없는 표준적인 노동에 맞추기 위해 엄격한 통제와 금전적 보상을 제공해온 것이 기존의 경영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영 방식은 표준화되지 않고 시시각각 변화해 창의적이고 복합적인 사고를 요하는 ‘뷰카 시대’ 기업 업무에는 맞지 않는다. 금전적 보상은 단순하고 기계적인 업무 생산성 향상에만 도움을 줄 뿐이다. 인간이 자율적인 내재적 노동 동기를 획득하려면 자율성과 유능감, 관계성 욕구가 충족돼야 함을 현대의 여러 연구는 보여주고 있다.

직원 소양·강력한 규준 뒷받침돼야

애자일 경영은 새로운 시대 업무의 요구 조건에 정확히 부합하는 경영 방식이다.

애자일 경영은 인간의 창의적이고 자율성을 지녔다고 믿는다. 금전적 보상보다는 유능감 등 더 높은 차원의 욕구 충족을 통해 노동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재웅, 상호이재의 저서 ‘네이키드 애자일’에 따르면, 애자일 경영의 인재상은 담당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동시에 소통과 협력이 가능한 사람이다.

또한 애자일 경영은 이들의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며, 실수의 축적을 통해 성공으로 나아간다고 본다.

노동자는 자발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자유를 줬을 때 심리적 안정을 기반으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애자일 경영이라고 해서 모든 실수가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무능하고 무책임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은 애자일 경영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애자일 경영이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직원들이 최고 전문가이고 유능하다는 전제하에 있기 때문이다. 애자일 경영이 맞닥뜨리는 업무 환경은 새롭고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실수를 통해서 파악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자일 경영의 이면에는 역설적으로 강력한 개입이 존재한다. 조직이 추구하는 이러한 인재상이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는 단호하게 구성원 중에서 제외시킨다. 채용 시에는 부합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높은 기준과 까다로운 채용 절차를 걸쳐 직원을 선발한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논의 필수

때문에 애자일 경영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조직의 비전과 가치를 도입 시부터 무섭게 밀어붙여야 한다.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따져보고 논의해야 한다.

또한 보상과 의사결정 방식, 근무방식, 평가방법 등 새로운 조직구조 및 운영체계를 명확히 정립하고 이를 힘있게 추진해가야 한다. 직원들에게 일정 수주의 자율성을 주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높은 자기통제 능력뿐만 아니라 운영상의 강력한 질서와 실행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조직은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와해되기 쉽다.

잘 짜여진 가이드라인은 이를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다. 회사의 존재 목적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규범 수립, 그리고 규범의 우선순위를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직원들의 시간 및 에너지 배분에 기준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직원들에 의한 지속적인 피드백은 필수다.

애자일 경영은 매뉴얼이 아니므로 다른 기업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가져와 적용해도 소용이 없다. 애자일의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리더십과 직원들의 끊임없는 논의와 고민을 통해 우리 조직에 녹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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