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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바이든의 경제정책
[전문가기고]바이든의 경제정책
  • 박남수 기자
  • 승인 2020.11.12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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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채수찬 카이스트 교수.
채수찬 카이스트 교수.

카이스트 캠퍼스에도 가을빛이 완연하다. 울긋불긋한 낙엽으로 옷 입은 나무들 사이로 산책하면서 며칠간 드라마틱하게 전개된 미국대선 개표과정에서의 알록달록한 얘기들의 여운을 뒤로하고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대한 상념에 잠긴다.

무엇보다도 새롭게 방향잡을 경제정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조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을 미루고 있어 법적절차가 완결된 것은 아니나, 트럼프의 몽니는 이미 예상되었던 일이어서, 바이든은 바로 인수팀을 구성하여 차기 행정부를 준비해 나갈 것이다. 통상적으로는 차기행정부 각료 등 인선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이번에는 감염병 사태의 위중함 때문에 가장 먼저 감염병위기 대처와 극복을 위한 팀을 만들 것이다.

바이든은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염병위기 대처에 실패했고, 이것이 바이든 당선의 결정적 요인이었으므로, 당선자가 이 문제부터 공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경제문제, 대외관계문제 등이 산적해 있으나, 전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미국의 감염병사태 해결 없이는 경제상황 호전도 바랄 수 없고 대외관계를 주도할 수도 없으므로, 감염병위기 해결부터 나서는 것이 실용적인 면에서도 효율적인 정책우선순위 설정이다. 감염병사태 해결을 위해 그릇된 방역방식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방역과 백신·치료제 개발에 대한 연구투자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감염병 사태로 인한 경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재정정책이 제일 먼저 다뤄야 할 현안이 될 수밖에 없다. 재정지출의 규모와 증세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상황에 비추어 증세는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재정지출 규모가 문제인데,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대규모 재정지출을 반대하고 있어 의회 통과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새로 당선된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가장 먼저 추진하는 정책을 야당이 마냥 반대만 하기도 어려우므로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하게 될 것이다.

재정지출의 내용에 있어서도 공화당 행정부와 비교해서는 기업지원 보다 저소득층 지원에 더 우선 순위를 두게 될 것이다. 단기성 지출을 넘어 중장기 적인 재정지출 이슈로 가면, 공화당과의 전선이 더욱 확대된다.

특히 건강보험에 대한 공공지원을 확대하는 이른 바 ‘오바마케어’에 대한 공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차기대통령은 기후변화대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전세계적인 문제해결에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했으며, 특히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공언하였다. 방역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문제해결에 있어서도 과학자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기후변화대책은 규제를 수반하는 데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균형감각이 요구된다.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를 뽑아내는 수압파쇄에 대해서 바이든의 입장은 산업적 필요와 환경적 고려 사이에서 왔다갔다 해왔다.

바이든은 기업정책에 대해서는 실용적으로 접근할 것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현안이 된 온라인상의 정보 흐름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들에 대한 규제는 의회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중국과의 무역분쟁도 중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해나갈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기술탈취 등 방식으로 경제우위를 추구하는 것을 견제한다는 방침에 관한 한 크게 보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은 개인간의 다툼이 아니라 세력간의 싸움이다.

한국이 최근 30년 동안 10년 주기로 보수와 진보가 교대로 집권했듯이, 미국도 대통령이 연임하면서 8년 주기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번갈아 집권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술에서도 고전적인 성향과 낭만적인 성향이 번갈아 주류를 형성하듯이 정치도 어떤 축을 중심으로 오른쪽과 왼쪽을 왕래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주기가 흐트러지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번에 공화당이 재집권에 실패한 것은 너무 멀리 갔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트럼프와 그 열성 추종자들이 기존 질서를 너무 흔들었다. 이 점은 한국의 현 집권세력에도 교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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