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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오브라만차’, 코로나 시대에 건네는 미친 노인의 위로
‘맨오브라만차’, 코로나 시대에 건네는 미친 노인의 위로
  • 최아름 기자
  • 승인 2021.02.20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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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홍광호 등 돈키호테로 분해
젊은 작가-노인 오가는 연기 백미

한 자리 띄어앉기로 내달 1일까지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 이어져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돈키호테로 분한 조승우. [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돈키호테로 분한 조승우. [사진=오디컴퍼니]

중세시대 기사(騎士)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은 탓에 자신이 기사라고 착각하는 반쯤 ‘미친’ 한 노인이 있다. 그의 이름 ‘돈키호테’다.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는 조승우가 열연을 펼침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맨오브라만차(Man of La Mancha)'는 시작부터 관객을 사로잡는 작품은 아니다. 화려한 볼거리와 스토리텔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당대의 뮤지컬들과 너무 달라서, 어떻게 이 이야기가 살아남았을까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그저 눈앞에서 순식간에 젊은 작가를, 죽을 날을 받아놓은 것 같은 노인으로 변신시키는 배우의 연기력에, 너무나도 또렷한 딕션과 가창력에 연신 감탄하게 될 뿐이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 대책 없는 늙은이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여관 주인을 ‘영주’로 칭하며 기사 작위를 요청하고, 면도 그릇을 황금 투구라며 쓰고 다니는 얼간이는, ‘밑바닥 인생’ 같은 여인 알돈자를 ‘둘시네아’라며 천사처럼 고귀하게 대한다.

처참한 세상. 공연 속 넘버의 가사처럼 ‘정의를 위해 싸우고, 사랑을 믿고 따르며,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저 별을 향해 가’려면 미치지 않고는 불가능한 걸까. 그가 미친 걸까, 보이는 대로 믿고 들리는 대로 사는 우리가 미친 걸까.

점차 관객들은 ‘둘시네아’가 되는 알돈자와, “발톱이 다 빠져도 주인님이 좋다”는 하인 산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하여, 생이 미칠 만큼 힘겹더라도, 희망을 품고 사랑하며 더 좋은 세상을 꿈꿔보겠노라고 다짐하며 극장 문을 나서게 되는 것이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소설 ‘돈키호테’의 실제 저자인 세르반테스가 극중 인물로 등장, 자신이 쓴 원고를 공연으로 보여주는 극중극 형태로 구성됐다.

젊고 총기 가득한 세르반테스가 무대 위에서 분장하며 순식간에 치매기 있는 엉뚱한 노인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조승우가 연기를 대하는 철학이 어떤 것일지 궁금해질 정도로 공연의 백미다.

조승우는 중학교 시절 예고에 다니던 뮤지컬 배우인 누나 조서연의 맨오브라만차 공연을 보고 배우를 꿈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늘 배우가 되면 이 작품에서 세르반테스역을 맡아 연기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작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작은 희망의 빛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알돈자 역의 윤동주는 역대 가장 많은 시즌 ‘알돈자’로 무대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연급 뮤지컬 배우에게 기대되는 폭발적인 가창력은 없었으나, 곱고 섬세한 발성에 극의 깊이를 더하는 연기력과 몰입력은 윤공주가 뮤지컬계에서 현재의 위치를 점할 수 있었는지 설명해줬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알돈자 역을 맡은 윤공주. [사진=오디컴퍼니]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알돈자 역을 맡은 윤공주. [사진=오디컴퍼니]

반쯤 정신이 나간 주인을 충성스럽게 따르는 산초 역을 맡은 정원영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산초의 캐릭터를 십분 소화해 한국 뮤지컬계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이외에도 류정한, 홍광호, 김지현, 최수진, 이훈진, 서영주, 김대종 등 정상급 배우들이 열연한다. 3월 1일까지 샤롯데시어터에서 한 자리 건너앉기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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