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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현장 저가하도급 여전…“일단 따고 보자" 수주 관행 개선해야
시공현장 저가하도급 여전…“일단 따고 보자" 수주 관행 개선해야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3.07.11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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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개 현장서 93건 불법 적발
국토부, 영업정지 등 제재 착수

통신공사도 가격 후려치기 만연
치열한 수주 경쟁이 불법 초래
제값 받는 시장풍토 조성 절실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수도권 소재 A사는 다른 건설업체로부터 공공건축물의 지하주차장 건립공사를 하도급 받았다. 그런데 지하주차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하수를 막는 차수공사가 필요했다. A사는 해당 공사를 천공기 장비 임대업체인 B사에게 재하도급했다. 심각하게 짚어야 할 문제는 최종 시공을 맡은 B사가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은 무자격업체였다는 점이다.

자재 납품업체인 H사에게 가설울타리 설치공사를 하도급 준 경상도 소재 G사도 문제가 됐다. H사가 건설업 자격요건을 갖추지 않아 실제 시공을 하는 것은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위 내용은 국토교통부가 최근 139개 건설현장을 집중 단속해 적발한 불법하도급 사례다. 이들 사례는 일선 건설현장에 불법 하도급이 아직도 만연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토부는 57개 건설현장에서 93건의 불법하도급을 적발했다. 173개 업체에 대해서는 영업정지와 형사고발 등 제재에 착수했다. 위 사례에서 무면허 업체에게 공사를 맡긴 A사와 G사, 무자격 불법시공을 한 B사와 H사는 관계법령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의 벌칙규정을 적용하면, 국토부 장관은 A사와 G사에 대해 영업정지를 명하거나 이를 대신해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혹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고 시공을 한 B사와 H사에 대해서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국토부 단속결과를 살펴보면,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규모의 공사에서 적발률(48.9%)이 가장 높았다. 이에 반해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공사는 상대적으로 적발률이 낮았다. 발주자별로는 민간공사(46.0%)의 적발률이 공공부문보다 높았다. 공공부문의 경우 지방공기업(57.1%)의 적발률이 가장 높았고 지방자치단체(38.6%)가 그 뒤를 이었다.

국토부는 불법하도급 없는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단속을 실시할 방침이다. 특히 빈번하게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현장의 유형이나 불법하도급 유형에 대해서는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정보통신공사 현장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보통신공사업법 및 하도급법 등 관련법과 하위법령, 이와 연관된 정부 고시에 하도급에 관한 규정이 명시돼 있지만 이에 어긋나는 각종 불법행위가 여전하다는 게 다수 시공업체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다단계 도급과정에서 공사비를 후려치는 저가하도급은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주범으로 꼽힌다. 정보통신공사업법 31조에 따르면 정보통신공사업자는 원칙적으로 도급받은 공사의 100분의 50을 초과해 다른 공사업자에게 하도급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상당수 거래에서 기준금액 미만의 저가하도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일선 현장의 공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같은 저가하도급은 공사 수주에 대한 불안 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치열한 수주 경쟁 구도에서 충분한 일감을 확보하기 어렵다 보니 법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가격으로 하도급 공사를 수주하는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785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보통신공사업 실태조사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실태조사에 참여한 업체의 59.7%가 치열한 수주경쟁에 따른 부담을 하도급공사 저가수주의 이유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 △장비 자재 구입, 인건비 등 고정비 확보(25.3%) △원도급자의 요구(13.0%) 순으로 나타났다.

저가하도급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조사업체의 거의 절반(46.5%)이 ‘시공품질 저하’를 우려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실태조사에 참여한 업체의 응답이 그랬다. 그 뒤를 이어 △하도급업체의 경제적 손실(40.1) △근로자 노임지급 어려움(12.0%)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쉽게 풀어보자면 실제 시공을 맡은 하도급 업체가 금전적 손해를 보거나 정해진 날짜에 직원들에게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보지만 시공품질 저하를 더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와 맞물려 ‘크게 남는 게 없더라도 일단 공사를 따고 보자’는 식의 수주 관행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나아가, 제값을 받고 고품질 시공을 하는 업체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시장질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6월 29일부터 총 10만 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도급거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는 1만 개 원사업자 및 9만 개 수급사업자의 2022년 하도급 거래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제조·용역·건설 3개 업종의 거래관행 개선 정도와 납품단가(하도급대금) 조정신청 및 반영 여부를 파악할 방침이다. 아울러 계약서 교부 및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현황, 하도급대금 지급현황 등도 살피게 된다. 원사업자는 2023년 6월 29일부터 7월 31일까지, 수급사업자는 9월 5일부터 10월 6일까지 각각 실태조사가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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