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9:26 (금)
[기자수첩] 잿밥보다 염불부터 챙겨라
[기자수첩] 잿밥보다 염불부터 챙겨라
  • 서유덕 기자
  • 승인 2023.10.27 1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정보통신공사, 전기공사, 소방시설공사 등 전문 공종의 ‘분리발주’는 하도급 과정에서의 불공정한 관행을 혁파하기 위해 도입됐다. 분리발주가 이뤄지면 전문 업체가 원도급자의 자격으로 직접 전문 분야의 공사를 수행해 적정공사비를 확보함으로써 전문 공사의 시공 품질을 제고할 수 있다.

복잡 다원화하는 사회의 흐름에서, 각종 전문 공사는 그 기술 수준이 고도화하고 분야 또한 세분화하는 추세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공사를 전문가에게 맡김으로써 이 같은 사회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분리발주는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이상적인 방식으로 여겨진다.

특히 국가 디지털 대전환을 뒷받침할 첨단 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구축하는 정보통신공사는 분리발주를 통한 시공품질 확보가 유독 강조된다. 정보통신공사는 복잡한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이해력을 바탕으로 정밀한 시공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체계적인 교육을 이수하고 전문 시공 경험을 쌓은 전문가가 시공해야 품질을 제고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종합건설업체를 중심으로 통합발주를 요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시설공사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통합발주 시에는 전문 공사도 종합건설업체의 일괄 관리하에서 이뤄지게 되며, 정보통신공사업체 등 전문 시설공사업체는 종합건설업체의 하도급 업체 자격으로 공사에 참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형 종합건설업체는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저가 하도급을 일삼는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시설공사업체는 적정공사비를 확보하지 못해 시공 및 경영에 어려움을 겪기 일쑤다.

시설공사의 전문성 및 시공관리 역량 향상으로 그 품질을 높여나가 경제·사회발전의 밑거름을 이룰 전문 공사업체들이 종합건설업체의 저가 하도급에 시달리는 불공정의 말로는 저품질 부실시공이다. 통합발주는 중장기적으로 시설공사업계의 성장을 가로막고, 저품질 인프라를 만연하게 해 국가 발전의 기틀을 저해한다.

종합건설업체는 현장 공사관리, 공기 지연, 하자 분쟁, 공사비 상승 등을 이유로 내세워 공공공사의 통합발주를 합리화하려 한다. 그러나 통합발주 주장 세력의 속내는 ‘이익 극대화’라는 게 시설공사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전체 사업의 주도권을 확보, 저가 하도급 같은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인 방법으로 이윤을 남기려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공기 지연·공사비 상승 같은 비효율이나 하자 책임소재 불분명 등을 분리발주의 단점으로 거론하는 종합건설업체의 논리는 ‘시공 품질 제고’라는 본질보다는 ‘관리상 어려움’을 꼬집는 데 그친다. 그런 어려움은 설계·시방·공정계획을 보다 철저하게 수립·이행하고 하자 책임소재를 명확히 설정한 계약을 통해 풀어갈 일이지 발주 방식을 문제 삼을 사안이 아니다.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맡은 일에는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서 잇속에만 마음을 두는 태도를 이르는 말이다.

종합건설업체의 통합발주 주장 논리는 이와 다르지 않다. 시공 품질 향상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장차 사회발전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업계의 본질이자 숙명보다 이익 챙기기라는 ‘잿밥’에만 혈안인 것이다. 최근 부실시공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설업계의 현실을 고려하면 종합건설업체의 이 같은 행태는 매우 안타깝다.

통합발주를 선호하는 현상은 결국 사업 관리 역량이 부족한 발주자의 편익, 수주 대기업의 공사비 절감을 통한 이윤 극대화 전략이 맞물린 데서 기인한다. 그러나 저비용 속도전을 앞세우는 구시대적 방식만 고수하다가는 부실시공에 따른 재난 피해와 막대한 사회적 비용 지출, 열악한 인프라로 인한 디지털 전환 적기 대응 실패, 사회 발전 정체 등 다방면에서 도태될 것이 우려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4-26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