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터 포트 불량 ‘결론’
노후장비 교체 투자 절실
상시 모니터링 체계 ‘해법’
[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정부의 행정전산망이 ‘올스톱’ 되는 초유의 사태를 두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지자체 행정전산망 ‘새올’에 사용자 인증 오류가 발생, 전국의 구청·주민센터를 비롯한 온라인 민원 사이트 ‘정부24’의 민원 서류 발급이 모두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초기 장애 원인은 L4 스위치가 거론됐다. 트래픽 분산 기능을 담당하는 해당 장비는 복구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정설이지만 행정서비스는 상황이 발생한지 56시간이 지나서야 정상화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5일 브리핑을 열고, 장애 원인 및 향후 대책에 대해 발표했다.
장애 원인은 라우터 장비의 케이블 연결 모듈 포트 일부에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
각 네트워크 구간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장애 발생 시점의 로그를 수집∙분석한 뒤 네트워크 부하 테스트를 8회 반복한 결과, 라우터에서 패킷 유실 현상이 발견됐다는 설명이다.
해당 장비 불량 외 다른 이상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외부 해킹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한 검증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큰 오점이 발생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 플랫폼 위에 국민, 기업, 정부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부’를 표방한다. 2026년까지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모든 공공서비스를 첨부서류 없이 한곳에서, 하나의 ID로, 한번의 로그인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이번 행정망 중단 사태로 디지털플랫폼정부의 근간이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완성된 후 다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행정서비스 불통이 아닌 정부의 모든 기능 자체가 마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가 하드웨어(HW)의 물리적 결함 문제로 밝혀진 만큼, 공공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먹통이 된 ‘새올’ 시스템의 경우만 해도 15년 이상이 된 상황으로 알려졌다. 문제를 일으킨 라우터는 2015년 도입된 제품으로 현재 단종된 모델이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네트워크장비임에도 불구하고 구형 장비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조달청 고시 등이 정하고 있는 내용연수가 10년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간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기존 시스템은 그대로인 채 추가 장비를 계속 붙이다 보니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계속 커졌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8일까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내 모든 네트워크장비 가운데 내용연수를 넘긴 장비 9600여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망 같이 중요한 인프라는 사후약방문격 조치 보다 상시 모니터링을 통한 예방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내년 7월 본격 시행되는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 제도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지난 6월 개정된 정보통신공사업법은 그간 미비했던 정보통신설비의 유지보수·관리 책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관련 업무를 제도화했다.
개정안은 정보통신설비의 유지보수·관리기준과 점검 및 확인, 관리자 선임 등에 관한 내용을 신설함으로써 정보통신설비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는 본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아울러 정보통신설비의 유지보수 등에 필요한 성능점검을 수행하고 그 기록을 작성해야 한다.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 최고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관련 업계는 본 제도의 시행 전까지 △대상설비 △점검내용 △대가기준 등 세부 고시 마련을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00은 껌값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