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1월 임시국회 회기가 지난 1일자로 종료됐다. 여야는 이번에도 주요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않았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은 정보통신공사업계를 비롯해 중소기업계가 읍소했던바, 상정이 불발된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준비가 한참 부족한 상황임에도, 개인사업자와 상시근로자 수 50인 미만 사업장,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예외 시한은 연장되지 못하고 그대로 일몰됐다.
지난달 27일부터 5인 이상의 모든 사업체는 중대 산업재해 발생 시 업체 대표를 대상으로 내려질 사실상의 무조건적 처벌이라는 경영상 부담을 감수해야만 하게 됐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된 지 불과 나흘 만인 지난달 31일 부산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내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 영세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곧장 현실화했다. 현장에서는 대표 처벌 시 경영 중단·폐업으로 이어져 근로자 실직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연일 제기됐다.
그러나 양당은 이 같은 민생 현장의 호소를 경청하기보다는 힘겨루기에 몰두했다. 야당은 개정안 논의 전제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요구했고, 오랜 대치 끝에 정부·여당은 이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일부 야당 의원들과 노동계에서 “산안청 설립과 ‘유예’는 별개의 문제”라는 등 반대 주장이 나오자, 야당은 입장을 번복했다.
대통령실은 “여당 원내대표가 (야당이 요구한) 산안청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거부한 것은 결국 민생보다 정략적으로 지지층 표심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유감을 표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외에도 △양곡관리법 △산업은행법 개정안 등 다수의 쟁점 법안이 여야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계류됐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미곡 가격 폭락·폭등 시 정부의 초과 생산량 의무 매입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재정 부담과 쌀 공급과잉 우려 등을 이유로 한 차례 재의요구한 바 있다.
산업은행법 개정안은 산업은행 본점의 소재지를 부산광역시로 명문화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며,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 등 지역 재편 및 도약과 균형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검토됐다. 그러나 야당이 산은 노조의 반대를 이유로 논의에 미온적인 상황이다.
이달부터 여야는 공천 심사 일정에 돌입하며, 설 연휴까지 있어 1일 본회의는 민생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이번에도 여당과 제1야당은 지지층의 표심을 의식해 정쟁에 집중했고, 민생법안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이는 총선을 앞둔 시기면 늘 관찰되는 익숙한 그림이다. 이제껏 그래왔듯, 올해 총선도 국회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보이기보다는 밥그릇 싸움으로 얼룩질 것이 예견된다.
국회의원 의석수와 세비를 줄여야 한다는 데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국회의 지위와 국민 지지를 회복하려면 양당 의원들이 본질에 유념하며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국가 간 기술 경쟁은 날로 첨예해지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가중되고 있다.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입법기관은 장차 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갖춰 먹고 사는 일에 지장이 없도록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