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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 엉성하게 만들어진 전형적 포퓰리즘 사례”
“중처법, 엉성하게 만들어진 전형적 포퓰리즘 사례”
  • 최아름 기자
  • 승인 2024.02.26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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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
양정숙 의원 주최 국회 토론회에서 비판
23일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토론회에서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정보통신신문=최아름기자]

# A기업이 B업체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의뢰한 경우, 설치 작업 중 안전 조치는 A가 해야 하 는지 B가 해야 하는지 A와 B가 다 같이 해야 하는지 고용노동부는 구체적인 답을 주지 않고 있다.

# 원청 구내에서 하청 근로자가 재해를 입은 경우 재발방지대책을 산업안전보건법에선 하청이 수립해야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에선 원청이 수립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어느 법에 따라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토론회에서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법에 대해 재해 예방 효과가 없는 것은 물론, 의무 주체도 불명확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입법이라고 악평했다.

그는 발제를 통해 중대재해법에 대해 “정법(正法)과 악법의 구분 기준은 예측가능성과 이행가능성인데, 중대재해법은 누가 어떻게 이행해야 할지 알 수 없고 고용노동부에 질의해도 답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중처법은 의무주체를 주로 장소적 관점(사업장, 시설, 장소)에서 설정하고 있어, 사고발생 원인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작업' 위험을 관리하는 자는 의무 주체에서 제외한다. 정 교수는 “안전원리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엉성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안전보건조치의 의무 위반과 중대재해 발생 간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기 곤란함에도, 인과관계에 대한 논증의 생략 또는 무리한 비약으로 기소의견 송치→ 기소 -유죄 판결이 이뤄지고 있다. 죄를 짓지 않아도 중대재해 발생만으로 엄청난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의무주체(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자, 시설, 장비, 장소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자)가 시설, 장소를 ‘지배’하는 자인지, ‘운영’하는 자인지, ‘관리’하는 자인지, 또 ‘지배하는 자’는 ‘소유’하는 자인지 ‘점유’하는 자인지 불명확하다.

의무주체가 원청인지 하청인지도 불명확하며, 도급인(원청)의 의무로 해석될 경우의 의무범위 또한 불분명하다.

정 교수는 “재해 예방에 엄벌은 전혀 효과가 없다”며 “실효성을 위해 재해 예방 시스템을 정교하게 개선하는 것은 전문성과 시간, 노력이 들어가는 어려운 작업”이라며 “이러한 과정을 깡그리 회피하고 들끓는 여론 잠재우기 수단으로 엄벌 일색인 중대재해법을 탄생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중처법 내용을 잘 모르는 중소기업들은 재해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돈만 컨설팅 기관에 넘겨주고 있다. 로펌의 수익도 엄청나게 늘었으며 고용노동부 역시 중처법이 ‘퇴직자 일자리보장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로펌 등에 취직하는 사례가 늘었다. 처벌은 중소기업에만 집중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우리나라에 안전재해를 다루는 산업안전보건법과 형법의 업무상 과실 치사죄, 그밖에 많은 안전관계법이 있고, 산안법과는 상당 부분 중복, 충돌하는 법이 중처법”이며 “만약 기존법이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그걸 개정하면 되는데, 왜 막았을까.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법 자체의 엉성함과 자의적인 법집행, 해석 남발로 인해 예방보다는 사후대응에 주안점이 갈 가능성이 높고, 문서작성능력이 있는 업체의 경우 무죄 속출이 예상된다. 문서작성능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로 처벌이 집중될 가능성이 커, 누구를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중처법을 전면 폐지하든지, 기존의 산안법 개정을 통해 법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23일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토론회에서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의하고 있다.

이어진 토론에서 권순종 전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발제와 관련해 “중처법 태생 자체가 2019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고 김용균 씨의 사망으로 인한 10만명 국민청원으로 ‘국민 정서 잠재우기법’으로 입법됐기에 전문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못한 비전문적인 법”이라며 “정당 의원들 중에서도 법조 출신 상당수 의원들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계에서도 단기적 현안에 매몰돼 폐지가 아닌 유예를 요구하고 있지만, 과실책임도 아닌 결과책임에 의한 무과실책임을 민간에 지우고, 입증책임까지 떠넘긴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유예가 아니라 폐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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