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 기반의 배송 로봇을 개발, 실증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 기반의 배송 로봇을 개발, 실증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정보통신신문=김연균기자]

한정된 산업현장에만 사용되던 로봇이 우리들의 실생활로 활동 무대를 넓힌지 오래다. 커피를 내리는 로봇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식당에서는 서빙로봇이 음식을 옮긴다. 최근에는 아파트 등 주거단지에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로봇이 투입돼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배송해 준다. 특히 공동주택 단지 내 로봇배송은 관제시스템, 공동현관 및 엘리베이터 연계 인터페이스 기술, 통신·전력 인프라 등 다양한 기술을 요구한다.

■물류 집합처 시나리오에 관심

스마트물류서비스의 요구가 증가하면서 배송로봇 시장 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LH토지주택연구원(LHRI)의 자료를 인용하자면 국내 무인이동체(배송로봇) 배송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181억원 규모에서 매년 연평균 성장률(CAGR) 13.8%를 기록하며 2030년엔 4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시장 규모도 2021년 141억달러에서 2030년 2300억달러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눈길을 끌고 있는 공동주택 내에서 무인배송로봇을 적용해 직접 물품을 배송하기 위해서는 각 물품배송업체로부터 고객에게 전달하는 시나리오가 필수적이다.

LHRI는 ‘로봇배송 서비스’를 택배 차량이 아파트 단지 내 택배 물류 집합처에 배송하고, 관제시설이 입주민과 통신해 로봇을 통제해 각 세대별로 지정된 시간에 전달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택배차량이 물류 집합처에 전달하는 세 가지의 ‘시나리오’를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단지단위의 중앙집하’는 지상 혹은 지하에 ‘중앙 집하장’ 1개소를 설립하는 것이다. 또 다른 두 방식인 ‘동단위 분산집하’는 공동주택의 각 동의 지상 혹은 지하에 물품보관함을 설치하고, ‘지역(Zone) 단위 분산집하’는 N개동마다 지상 혹은 지하에 물품보관함 1개소를 배치하는 유형이다.

어느 시나리오를 적용하든 택배차량이 물류집합처에 도착해 송장번호를 인식시켜 관제실로 물품정보를 전송하면 관제실은 거주자에게 통신해 배송일시를 통보받아 이를 로봇에 전달해 해당 물품을 배송하게 된다. 또 전달한 물품을 거주자는 확인하고, 반품 물품이 있는 경우 로봇에 싣고 정보를 입력하면 로봇은 관제실을 통해 통신하며 각 물류집합처로 복귀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시나리오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관제시설, 통신망, 충전스테이션 등 인프라 신설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게 LHRI의 의견이다.

■기술·운영·제도적 고려부터 시작

공동주택 내에서 로봇배송의 효과적인 관리와 운영은 다양한 기술적, 운영적, 제도적 요소를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로봇배송 시스템이 공동주택 내·외부에서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요소들이 요구된다.

우선 정밀도가 높은 위치 추적 및 관리시스템은 로봇이 주어진 환경 내에서 효율적으로 이동하고 작업을 수행하는데 중요한 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도화된 GPS 기술, 다양한 센서 시스템의 통합과 이를 활용한 로봇의 실시간 위치와 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해 운영자가 로봇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로봇과 중앙관제시스템 간의 안정적이고 빠른 무선네트워크 연결은 로봇이 신속하게 데이터를 전송하고 수신함으로써 효율적인 통제와 관리를 가능케 한다. 이와 함께 대용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강력한 서버 및 데이터 처리시스템 구축을 통해 로봇이 수집하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인프라도 필수적이다.

이어 LHRI는 로봇의 연속적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력 공급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이는 곧 충전스테이션 및 전력 네트워크의 효율적인 관리를 포함해 로봇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인프라와 배터리 관리시스템 확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로봇배송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전체 공동현관 및 엘리베이터 등 로봇의 이동 동선 내 보안 및 이송 시스템과의 효율적인 연계기술 또한 중요한 요소다.

특히 엘리베이터 탑승 등 로봇이 건물 내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게 사람과 접촉해야 하므로 △속도제어 △위험상황에서의 보호정지 △높낮이차·틈새극복 △추락·넘어짐 방지 등에 대한 기준이 요구된다.

로봇배송 시 사용되는 데이터에 대한 보호 및 개인정보보호법 준수는 로봇이 수집하는 데이터의 안정성을 보장해 준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영상정보를 촬영할 때 개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무인이동체 운영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개인의 동의 대신 불빛, 소리, 안내판 등을 통해 촬영 사실을 고지한 후 개인영상정보를 촬영할 수 있도록 하거나, 업무목적 달성에 불필요한 영상은 즉시 삭제하도록 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최근 로보티즈가 아파트 단지 내 로봇 배송서비스 구현을 위한 자율주행로봇 ‘개미(GAEMI)’의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진=로보티즈]
최근 로보티즈가 아파트 단지 내 로봇 배송서비스 구현을 위한 자율주행로봇 ‘개미(GAEMI)’의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진=로보티즈]

■미국 등 상용화로 본격 서비스

미국, 일본, 중국, EU 등 주요국은 무인이동체 배송을 이미 상용화한 상태다.

미국의 스타트업인 스타십 테크놀로지스(Starship Technologies)는 2021년부터 미국 전역 200여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세이브마트와 제휴를 맺고 온라인 식료품 배송 건에 대해 자율주행 로봇을 투입했다. 또 다른 자율주행 기술업체인 토르토이스(Tortoise)의 경우 온라인 식료품 유통기업 셀프포인트와 손잡고 로봇배송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국내의 경우 배송로봇의 인도 자율주행을 시범운영 중이거나 테스트 단계에 있다. 규제샌드박스 특례승인에 따라 배달의민족, 로보티즈, 뉴빌리티 등 사업자들이 실증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로보티즈는 아파트 단지 내 로봇배송서비스 구현을 위한 자율주행로봇 ‘개미(GAEMI)’의 시연을 마쳤다.

개미는 △아파트 환경 내 로봇 자율주행 △LH 아파트 표준 환경 로봇 학습 및 맵핑 △로봇 자율 주행 및 층간 이동 테스트 △로봇 팔을 활용한 승강기 버튼 직접 조작 탑승 및 하차 테스트 △장애물 인지 및 회피 테스트 등 다양한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뉴빌리티가 자체 기술로 개발된 ‘뉴비’는 지난 1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마련한 속도 제어·비상정지·장애물 감지·횡단보도 통행·운행구역 준수 등 16개 항목 평가를 통과했다. 국내 최초로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 인증을 획득하며 기술력을 입증한 셈이다. ‘뉴비’는 이에 따라 보행자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받아 전국 어디에서나 보도 주행이 가능하게 됐다.

국내외 여러 상황을 고려하자면 로봇을 이용한 배송시스템은 기술 발전에 힘입어 진일보하고 있다. 이미 상용화에 접어든 국가도 있고, 상용화 직전의 마지막 테스트를 진행하며 신시장을 개척하는 국가도 있다.

여기에서 한가지 짚어봐야 할 건 안전에 대한 우려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도가 좁은 공간에서 배달로봇과 행인이 출동할 경우 다치거나 더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한 특성상 통신장애가 올 경우 급정지로 인한 사고도 배제할 수 없다”며 “원활한 운행과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성숙도가 중요하지만 무인로봇배송이 전면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로봇을 둘러싼 기존 인프라(차량, 보행자, 시설물 등)와의 융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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