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팀 오리지널 내한 공연
넘쳐나는 에너지에 아름다운 선율
오리지널 캐스트 다니엘 라부아
명성 아깝지 않은 실력 과시
5년 만에 내한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오리지널팀이 코로나19 2.5단계 시행으로 전면 중단했던 공연을 지난 18일부터 일부 재개했다. 오리지널 버전으로 듣고 보는 ‘노트르담 드 파리’는 화려하면서도 건강한 에너지가 무대를 뚫고 관객석까지 전달되는 듯 했으며, 노래와 스토리는 처연하고 아름다웠다.
우리에게도 유명한 노트르담 대성당을 뜻하는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꼽추이자 추한 외모를 지닌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의 이룰 수 없는 사랑, 세속적 욕망에 휩싸여 끝내 파멸하는 사제의 뒤틀린 사랑을 중심으로 15세기 파리의 인간군상을 장엄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1830년대 당시 종교재판으로 마녀사냥이 성행하던 교회와 이교도의 갈등, 인쇄술이 가져온 가치관의 급격한 변화, 삶과 죽음, 인간의 욕망 등을 철학적인 주제까지 격변하는 세상의 모습을 종교적, 사회적 측면에서 촘촘하게 담아낸 이 작품은 당시 보수적인 사회에 큰 방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소설 속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은 변화의 시대에 퇴색돼가는 구시대의 상징으로 자리한다.
원작 소설을 각색한 뮤지컬은 1998년 초연 이래 전 세계 23개국, 9개의 언어로 공연됐고 15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번에 내한한 오리지널 공연은 의상과 안무 등에 화려함과 역동성을 더했다. 그래서인지 지치지 않는 힘 있는 보헤미안들의 춤, 벽과 줄과 종(?)을 타고 다니는 아크로바틱과 브레이크 댄스 등은 눈을 뗄 틈이 없게 만든다.
’에스메랄다’ 역의 엘하이다 다니는 춤을 추며 노래부르는 초반부 힘에 부친지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로는 허스키한 저음과 감미로운 고음을 넘나들며 순수하면서도 관능적인 에스메랄다를 매혹적으로 표현해 낸다.
대성당의 주교 '프롤로' 역의 다니엘 라부아는 1998년 오리지널 캐스트의 귀환으로 주목받았으나, 그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뛰어난 가창력이었다. 힘 있으면서도 날카롭게 뻗어나가는 그의 바리톤 성량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세 남자의 사랑을 표현한 넘버 '벨르'(Belle)'는 과연 이 뮤지컬의 백미다. 서로 다른 톤의 남자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이면서 아름다운 하모니는 남녀 듀엣 넘버의 매력과는 또 다른 매력과 감동을 선사한다.
옥의 티는 공연장인 블루스퀘어의 음향 수준. 배우들의 놀라운 가창력과 연기를 현장감 있게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공연이다. 부분 재개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2석씩 띄어 앉아 관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