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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드에게 센터를 맡길 셈인가
[기자수첩] 가드에게 센터를 맡길 셈인가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1.02.03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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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경기에서 포지션은 크게 가드, 포워드, 센터로 구분된다.

물론, 현대 농구에 이르러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은 다재다능한 선수가 나타나곤 하지만, 가장 작은 키의 포지션인 가드와 가장 큰 키의 포지션인 센터만큼은 각자 고유 영역으로 자리가 잡혀 있는 경향이 강하다.

가드는 능숙한 드리블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스 능력을 바탕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야전사령관이 돼야 하며, 센터는 상대의 쉬운 득점을 저지하는 압도적인 골밑 수비와 또 한 번의 득점 기회를 살릴 리바운드를 사수해야 한다.

현재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가장 전통적인 의미의 가드, 센터에 부합하는 선수는 피닉스 선즈의 크리스 폴, 유타 재즈의 루디 고베어라 하겠다. 각각 185cm, 216cm로 약 30cm 이상 키 차이가 난다.

포지션 구분이 모호한 현대 농구의 트렌드에 부합하겠답시고 크리스 폴이 센터를 보고, 루디 고베어가 가드를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폴이 지키는 골밑은 그야말로 무주공산이요, 드리블시 공이 튀었다 올라오는 데만 한참이 걸릴 거 같은 고베어는 공을 빼앗기에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다.

그들은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그 역할을 다 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고 있고, 오늘날 NBA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전문성을 극대화해 성공한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없는 것인가. 최근 정보통신공사업계에 파장을 미치고 있는, 전문성을 역행하는 움직임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지난달 국회에서 발의된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이 그러하다.

개정안은 ‘용역업자’의 범위에 통신·전자·정보처리 등 정보통신 관련 분야의 자격을 보유하고 용역업을 경영하는 자, 전력기술관리법에 따라 전력시설물의 설계업·감리업을 등록한 자,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사를 모두 포함시켰다. 이대로라면, 정보통신공사 설계·감리는 한마디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돼 버린다.

개정안은 정보통신공사 설계·감리 시장의 진입규제를 완화하고 공정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라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전문성의 영역을 시장 진입의 ‘규제’로 판단한 법안이 참으로 신선하기까지 하다.

명백하게도, 정보통신과 전기는 전혀 별개의 분야다. 전기기술자가 정보통신 설계·감리업무를 수행케 하는 것은 가드가 골밑에서 센터를 보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으며, 하물며 건축사는 농구 문외한을 코치 자리에 앉히는 것과 같다. 이러한 팀이 성적을 낼 수 있을리 만무하다.

4차 산업혁명과 비대면 시대를 맞아 전산업에 걸쳐 디지털화의 포석이 되고 있는 ICT인프라가 이처럼 전문성이 결여된 채 구축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불을 보듯 뻔하다.

가장 잘하는 사람에게 가장 잘하는 일을 맡기는 것이 이치요, 이치에 맞게 추진되는 일만큼 모든 사람들에게 득이 되는 일도 없다. 이치에 맞지 않음에도 일이 추진된다는 건 필연적으로 이해관계가 더 앞선 것임을 자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부디 개정안이 기본 원칙에 맞는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되길, 가드는 가드를, 센터는 센터를 봐야 시합에서 이길 수 있음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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