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7:39 (목)
[기자수첩] 외산을 써야만 품격에 어울리나
[기자수첩] 외산을 써야만 품격에 어울리나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2.04.21 2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광하 정보통신신문 기자.
박광하 정보통신신문 기자.

[정보통신신문=박광하기자]

"우리 기관에서 건립하는 시설에서는 국제적인 행사를 개최해야 하기 때문에, 기관의 '격'에 맞는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를 설치해야 합니다."

한 특수법인 담당자가 국산 제품을 채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해당 기관은 건립 중인 시설에 외산 ICT 장비 위주로 설치를 결정한 것으로 ICT 관련 업계에 알려져 있다. 사업은 올해 안으로 완료될 예정이다.

그의 말을 분석해 보면, 외산 장비를 도입해야 자기네 기관의 품격에 어울리고 국산 장비를 도입하면 품격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비 제조기업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국내 장비 제조기업들이 제조한 제품들의 성능·품질이 외산과 겨루기에는 부족했던 적이 있었다. 극한의 성능을 필요로 하는 하이레벨 부문에서 국산 제품이 없어 부득이 외산을 구매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국내 제조기업의 급작스런 폐업으로 해당 기업 제품을 도입했던 공공기관 담당자가 장비 유지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 같은 과거의 일들이 오늘날까지도 공공 분야 사업 담당자들에게 '국산 ICT 장비'를 선택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게 아니냐고 국내 제조기업들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국산 ICT 장비의 품질·성능은 예전과는 다르다.

국산 장비 제조사들은 각자가 갖고 있는 기술력으로 특화된 제품을 제조·생산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우수조달제품으로 등록되고 있다. 해외에서 국산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 덕분에 수출 실적도 꾸준하게 쌓아가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공공 분야에서는 국산 ICT 장비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풍토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국내 ICT 장비 제조사들은 공공기관에서 벤치마킹 테스트나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국산 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확인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산은 좋고, 국산은 나쁘다'는 선입관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제조사들이 더욱 분발해야 하겠지만, 공공기관 담당자들도 이제는 중립적·객관적으로 장비를 평가해야 할 때다.

국산 ICT 장비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부터 국산을 우선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국내 제조기업들은 돈을 받지 않고 장비를 헌납할테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산 장비를 써보고 평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ICT 강국으로 자평하는 대한민국에서, 장비 만큼은 외산이 우대받는 현실.

국산이 우수하다면 당연히 국산을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국산 제품이 개선할 점이 많다면 국산 제품의 판로 지원을 통해 연구개발(R&D)할 여력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윤 당선인은 5월에 용산 국방부에서 집무를 시작한다고 한다. 그곳에는 어떤 ICT 장비가 쓰일 것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4-25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