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7:58 (화)
공사기한 맞추려 발주자가 하도급사에게 불법행위 종용
공사기한 맞추려 발주자가 하도급사에게 불법행위 종용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3.01.27 1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설현장 불법·불공정 행위 만연
노조 강압으로 건설사 피해 속출

월례비 요구에 장비사용 강요도
공사 늦어져 시공업체 부담 가중
보복 두려워 경찰 신고조차 못해
김헌동 SH 사장(가운데)이 고덕강일 2단지 건설현장을 방문해 건설사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 = SH]
김헌동 SH 사장(가운데)이 고덕강일 2단지 건설현장을 방문해 건설사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 = SH]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A건설사는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거의 4년 동안 18개 현장에서 44명의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월례비 등을 명목으로 697회에 걸쳐 총 38억원을 지급했다. B건설사는 같은 시기에 10개 노동조합으로부터 전임비를 강요받아 1개 노조당 100∼200만원씩 월 1547만원을 지급했다.

C건설사는 2021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노조로부터 조합원을 채용할 것을 강요받았다. 노조는 조합원 채용에 응하지 않으면 발전기금을 내라고 했다. 이 회사는 결국 조합원을 채용하지 않고 300만원을 발전기금으로 지급했다. 

 

■ 전국 1494곳서 2070건 불법 확인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 실태조사’ 결과에 언급된 내용이다. 이처럼 노조의 강압에 따른 각종 불법·불공정행위가 일선 건설현장에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부당행위 근절 및 예방대책에 활용하기 위해 이번 조사를 실시했다. 총 290개 업체가 불법행위를 신고했으며 이 중 133개 업체는 월례비 등 부당 금품을 지급한 계좌 내역과 같은 입증자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84개 업체는 이미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러한 불법행위는 전국 건설현장 1494곳에서 2070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행위 유형을 보면 월례비 요구가 1215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고, 노조전임비를 강요하는 사례가 567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 외 △장비사용 강요 68건 △채용 강요 57건 △운송거부 40건 등 순으로 유형별 피해 건수가 집계됐다.

이 뿐만 아니라 발주자와 원도급사가 공사기한을 맞추기 위해 하도급사에게 건설현장의 불법행위에 굴복할 것을 종용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더욱이 발주자가 공공기관인 경우에도 이 같은 불법행위가 일어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는 건설근로자의 안전과 일자리 및 생계유지 등에 해를 끼친다. 또한 공사가 지연돼 건설사의 부담이 커지고 분양가 상승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국토부 실태조사를 보면 329개 현장에서 공사가 지연되는 문제가 생겼다. 최소 2일, 길게는 120일까지 공사가 늦어졌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민간 건설사들이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에 속절없이 끌려가고 보복이 두려워 경찰 신고조차 못했다”면서 “이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노조의 횡포와 건설사의 자포자기,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겠다”라고 강조했다.

 

■ LH·SH, 불법 근절 전담조직 구성

주요 공기업도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지시로 건설현장 내 불법행위를 전수조사한 결과, 전국 82개 공구에서 총 270건의 불법행위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270건의 불법행위 중 채용강요가 51건으로 가장 많았고, △타워크레인 월례비 지급강요 48건 △태업 31건 △전임비 지급강요 31건 등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장출입방해나 장비사용 강요도 비교적 높은 수치를 보였다.

LH는 이번 전수조사 결과 및 법률 검토내용을 바탕으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관련업무를 담당할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피해를 입은 업체에 대해서는 설계변경과 공기연장 등 구제방안을 적극 시행하고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는 근로자와 입주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결국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LH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건설현장 내 불법행위의 뿌리를 뽑겠다”고 밝혔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건설현장 내 불법·불공정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H는 지난 9일부터 19일까지 공사현장 70곳을 대상으로 건설현장 불법·불공정 행위에 따른 피해사례를 파악하기 위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공정차질 등 5개 현장에서 11건의 피해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 김헌동 SH 사장은 건설현장 불법·불공정 행위를 건설업계 모두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공사 내부적으로 전담조직 신설을 지시했다. SH는 전담 조직을 꾸리는 대로 상시 감시체계를 가동하고 불법·불공정 행위에 대한 주기적 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아울러 건설현장 내 불법·불공정 행위를 적발하는 한편, 관련 행위자에 대한 문책과 처벌을 요구하는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김헌동 SH 사장은 “건설현장 불법·불공정 행위근절 노력에 더해 근로자 처우 개선에도 앞장서, SH 소관 건설현장 전체를 안전과 품격이 있는 곳으로 만들어가겠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3-19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