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9:26 (금)
[ICT광장] AI 공적 인증기준, AI 산업에 디딤돌일까 걸림돌일까
[ICT광장] AI 공적 인증기준, AI 산업에 디딤돌일까 걸림돌일까
  • 최아름 기자
  • 승인 2023.12.08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이사.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이사.

연못에서 편하고 자유롭게 살던 개구리들이 어느 날 자기들에게도 지도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제우스신에게 탄원했고, 제우스신은 커다란 통나무를 하나 연못에 던져주었다. 한동안 통나무를 두려워하고 존경하던 개구리들은 얼마 안 가 통나무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그래서 다시금 제우스신에게 자신들을 통제할 수 있는 강한 지도자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제우스신은 연못에 진짜 무서운 지도자(?)인 물뱀을 보냈고, 개구리들은 그 이후로 물뱀에게 잡아먹힐세라 숨어지내야 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국제적 규제 움직임이 숨가쁘다. 10월에 미국 대통령의 ‘AI 행정명령’이 있었고, 11월에는 영국에서 28개국 대표들에 의해 ‘블래츨리 선언’이 발표되었다. 양쪽 다 핵심은 인공지능 신기술에 대해 사회적 보호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보호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은 신기술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원자력이나 드론 기술에 대한 안전 정책과 비슷하다. 요컨대 인공지능 기술이 해서는 안 될 일들에 대해서 공적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 업계와 공공기관도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하나의 유망한 산업임을 넘어서 이제 산업경쟁력 자체를 결정짓는 중요한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정부 사업으로 자율주행, 의료, 공공사회, 채용, 치안, 초거대 등 산업별 개발 가이드라인을 만든 이유는 이러한 다급한 상황에서 기업들에는 무엇보다 참고서와 같은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마땅한 공적 기준이 없는 지금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이 애당초 의도였던 ‘지원’과는 달리 ‘규제’로 작동하며, ‘조언’ 대신 ‘잔소리’로 변질하기 쉽다는 점이다.

사회적 기준은 곧 권력이 된다. 연못의 개구리 이야기에서, 개구리들은 연못에 통나무가 던져졌을 때, 자연스럽게 통나무 앞에서 행동을 조심하게 되면서 통나무의 위치를 기준으로 연못을 오가거나 각자 자리를 정하게 되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통나무가 ‘기준’으로서 연못에 던져지는 순간 모든 개구리의 행동을 제약하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그 기준을 무시하는 개구리들을 통제하기 위해 통나무에 눈이 달리고 이빨이 생기는 순간 사회적 기준은 곧 개구리를 잡아먹고, 개구리의 자유를 빼앗는 물뱀이 되어 버린다.

기술에 대한 기준이 공학적 표준으로 존재할 때는 기업 입장에서 연못의 이정표이자 창의성의 원천일 수 있다. 적당한 제약이 산업에 창조적 혁신을 가져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에 눈과 입이 달려서, 다시 말해 특정 기관이나 특정 집단이 기준의 주체가 되는 순간 규제는 기술의 발전을 막고 활력을 죽이는 족쇄가 되어 버린다. 공공기관이든 민간단체이든, 모든 집단에는 그 집단만의 주관과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공적 기준을 상징하는 저울을 든 ‘정의의 여신’이 늘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 산업은 더는 기업이 개구리처럼 자유롭게 뛰어노는 연못일 수 없다. 그러기에는 인공지능 기술의 사회적 영향력이 너무 커져 버렸다. 그렇다면 기술에 대한 기준이 물뱀이 아니라 통나무가 되는 데 최대한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내 생각에는 공공의 성격을 지닌 특정 집단이 직접 기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수행하기에 앞서, 민간 컨설팅 기업들을 먼저 육성하는 방식이 좋지 않을까 한다. 인공지능은 기능과 쓰임새가 워낙 다종다양하고 그 변화 속도 또한 빨라서, 하나의 기준으로 모든 업종의 기술 적합성과 신뢰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과거 NIPA의 SW공학센터가 유사한 역할을 맡아 수십여 컨설팅 기업을 육성했고, 그 컨설팅 기업들이 다시 산업별 특수성을 고려하며 수백여 기업을 지원했던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공공의 기준과 규제는 불가피한 동시에 불가결하다. 단 그것이 산업의 활력을 죽이지 않고 북돋을 때 말이다. 개구리 연못에는 눈먼 통나무가 필요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4-26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