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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나침반] 대기업만으로 SW 품질 향상?
[디지털나침반] 대기업만으로 SW 품질 향상?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4.02.08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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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편집인.
이민규 편집인.

정부가 공공 소프트웨어(SW)사업의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정보화전략계획 등 설계·기획사업을 전면 개방하고, 700억원 이상 대형사업에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는 게 정부 방침의 골자다.

상호출자란 독립된 기업이 서로 지분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자기자본을 부풀려 은행융자를 더 받기 위해, 혹은 상대기업에 대한 경영권 행사의 목적으로 상호출자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상호출자를 기업 지배권을 왜곡해 기업의 건전성을 해치고 책임을 도외시하는 그릇된 출자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산총액의 합계액이 10조 원 이상 대기업 계열사 사이의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공공 SW사업의 대기업 참여 제한 역시 이런 규제의 원칙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공공 SW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막고 있다. 국방·외교·치안·전력에 관계된 사업이나 신기술 분야 등의 대형사업에 대해서만 예외가 인정되는데 까다로운 심의를 통과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이 같은 규제 정책은 기업활동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발주기관과 사업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공공 행정망이 잇달아 먹통이 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대대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중소기업 보호와 육성을 명분으로 정부가 공공 SW시장 진입장벽을 무리하게 낮추는 바람에 기술력이 턱없이 부족한 함량 미달의 중소기업이 주요 공공사업을 주도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공공 SW사업의 품질하락이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 때문이라는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기업이 주관한 상당수 공공사업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깊이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업예산 책정과 대가산정이 적절하게 이뤄졌느냐에 있다. 제값을 주고 일을 시켜야 품질이 높아지는 건 반박 불가의 명제다. 그런데 상당수 발주처에서는 예산의 합리적 집행을 우선 시 한다. 사업비는 빠듯한 데 정해진 기간 안에 고품질의 SW 사업을 완성하라고 하니 많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당초의 설계가 변경되거나 과업 내용이 크게 바뀌어도 이를 묵묵히 감내해야 하는 건 오롯이 사업자의 몫이다. 달라진 내용을 반영해 사업비를 올리거나 사업 기간을 조정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SW 시장의 과도한 하도급 관행도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다. SW업체 간 거래와 계약이 단순한 갑을관계를 넘어 갑을병정의 다단계 도급구조로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건 업계의 정설이다.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공공 SW사업자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양분하는 식으로 시장에 접근해서는 실효성 있는 품질 향상방안을 마련하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이번 제도 개편에서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사업 구간을 확대하고 대형사업 하도급 계획의 적정성 평가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정부가 SW진흥법과 관련규정의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공공 SW사업의 품질 제고를 모색하면서 건전한 SW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정책 목표를 반드시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수 중소기업 육성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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