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9:26 (금)
[특별기고]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은 왜 유예돼야 하는가
[특별기고]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은 왜 유예돼야 하는가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4.02.26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대정 대정통신㈜ 대표이사
정보통신신문 명예기자

‘중대재해 처벌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법명 그대로 누군가 처벌을 하기 위해 탄생한 법이다. 그 누군가는 같은 법 제1조(목적)에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한 사망자 발생 시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처벌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물론, 처벌조건은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한 자이기는 하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얼마나 무서운 법인지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무서움을 이해하기 위해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상시근로자 5인으로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고 하자. 약 2.5m 높이 천정에 달린 매장 내 전구가 1년 만에 나가서 이를 교체하기 위해 직원이 사다리를 가지고 와서 혼자 수리를 하다 넘어져 사망에 이른다면, 해당 사업장의 대표는 1년 이상의 징역은 확정이다. 그리고 징역과 벌금 양쪽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벌금이 추가로 얼마가 또 나올지도 모른다.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 여부를 따진다면, 상시근로자 5인의 중소기업 대표가 과연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수행이나 했을까? 안전·보건 조치의무의 방법조차 알고 있을지 의문이다. 법 자체가 사업주, 경영책임자, 법인의 처벌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법으로 대한민국 중소기업 생태계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근로자의 안전·보건은 사업장의 규모를 떠나 소중하다. 그래서 해당법이 생긴 것인데, 왜 5인 미만의 사업장은 적용하지 않는 것일까? 근로자의 생명은 사업장의 규모를 따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인 미만의 사업장에 법을 적용하지 않는 이유는 사업장 규모가 작은 기업의 사업주, 경영책임자, 법인은 어떠한 사유든 법에서 정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지킬 여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해당법이 발의된 지 3년 만이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지 고민해 볼 필요성이 있다. 또한, 상시근로자 수 5명 이상이면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초거대기업과 똑같은 하한 처벌을 적용한다는 점도 형평성에 어긋나 보인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상황을 봐야 한다. 경제는 흐름을 가지고 살아 움직인다. 법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금 대한민국 경기는 침체되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시대이다. 중소기업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시기적 상황에 중처법 적용은 원가상승으로 이어져 경영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중소기업에게 확대 적용시킨다는 것은 안 그래도 불씨가 꺼져가는 대한민국 경제상황에 물을 붓는 격이다.

경영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회사는 판매가격을 올리거나 같은 가격에 제공하는 양을 줄이거나, 품질을 저하시키는 전략을 세울 것이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에 가장 밀접한 중소 건설업은 상황이 다르다. 사업주 및 원청과의 관계로 마음대로 판매가격을 올릴 수도, 제공하는 양을 줄이거나 품질을 저하시키지도 못한다.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지키기 위해 들어가는 원가상승 비용은 그대로 업체 손해로 반영된다.

그렇다면, 원청에 안전·보건 조치의무로 인한 상승비용 청구가 쉽게 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흔히 건설업에 쓰이는 안전보건 관리비만 해도 신청항목이 한정되어 있고, 실비정산으로 되어있어 실제 안전·보건 조치의무와 연관성이 있어도 항목으로 원청에 인정받지 못하면 정산받지 못한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처벌 규정만 높일 것이 아니라 안전보건 관리비는 실비정산(공사비에 따른 상한 존재)이 아닌 자료제출 없이도 공사비에 따른 일정비율 일괄정산 해주는 등 제도적으로도 안정적인 기업경영을 위한 환경 조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근로자 작업 환경은 분명히 급격하게 좋아졌다. 하지만 그만큼 기업가이윤은 급격하게 감소하게 되었고, 이는 대한민국 기업투자환경이 악화된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경제가 더이상 어려워지기 전에 이를 보전할 만한 제도적·환경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것을 준비하는 동안이라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4-26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