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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장롱면허와 자율주행
[기자수첩] 장롱면허와 자율주행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4.02.29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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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20년째 장롱면허를 고수하고 있는 한 지인이 있다. 언제 운전할 거냐며 갖은 조롱을 다해봐도 그의 운전에 대한 공포는 실로 상당한 것이어서, 그쯤되면 애초에 면허를 따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에겐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자율주행이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어디든 자신을 데려다 줄 자율주행차가 곧 등장할 것이라며 뚜벅이 인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러기를 10년째다.

애플이 ‘애플카’ 사업을 접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장롱면허인들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뉴스가 아닐까 싶다.

애플은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이름으로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추진해왔다. 현재 자율주행 전기차에 관한 한 테슬라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애플이 어떤 회사던가. 후발주자로 나서더라도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디자인과 성능으로 어느새 시장 우위를 차지하는 기업 아니던가.

실제로 애플카는 포화상태에 이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매출 정체를 타파할 미래 먹거리 사업임이 분명했다. 한때 국내 기업이 애플카 생산을 담당할 것이라는 풍문까지 돌며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하지만 뚜렷한 개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차일피일 출시 일정은 밀리게 됐고, 결국 사업을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애플 말고도 관련 기업들의 자율주행 포기 소식이 근래 심심찮게 들려온 것을 보면 기술적 난이도가 결코 만만하지 않음은 분명해 보인다.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자율주행은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보니 자동차 하나에 온갖 인공지능, 센싱, 비저닝 기술들을 꾹꾹 눌러 담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온갖 변수가 난무하는 도로 상에서 얼마나 유기적으로 잘 작동할지는 사실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애플카가 72만km를 테스트 주행하고도 프로젝트가 엎어진 걸 보면 말 다했다.

이제 자동차의 부담을 도로가 나눠 짊어질 때다. 도로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 자율주행차가 헷갈리지 않게 안전한 운행을 이끌어야 한다. 도로와 자동차가 서로 커뮤니케이션 할 통신기술이 필수다.

이 분야에서도 미국이 잘 하고 있지 않나 싶지만 미국 역시 지난해에서야 C-V2X 규격을 채택했을 뿐이다. 한국과 얼추 동일선상에 놓여있지 않나 싶다. 오히려 ‘좁은 땅덩어리’의 이점을 살려 전국 단위 자율주행은 우리나라에서 먼저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 통신 인프라에 관한 한 한국만큼 진심인 나라가 없지 않은가.

문제는 걸어온 시간만큼 걸어가야 할 시간도 남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이래저래 장롱면허인들은 오래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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