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손실초래…처우 개선 시급
<글 싣는 순서>
①이공계 기피 실태
②겉도는 산·학·연 인력양성
③근본 대책마련 서두르자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핵심인 IT산업이 정작 이공계 인력의 누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의학 등 타 분야로의 이동이 더욱 심해지면서 이공계 젊은 인력의 씨가 마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불고 있는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바람은 이공계 인력의 유출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협의회가 지난달 발표한 ‘2011학년도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 접수자 현황’을 살펴보면, 응시자 전공 분야는 의학 계열의 경우 생물학 관련 분야 전공자가 40%, 공대·자연대 출신자들이 27%, 화학 8%, 물리·통계·수리 관련자가 3%로 의전원 지원자의 10명 중 9명이 이공계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의학 계열의 경우 공대·자연대 출신자가 37%를 차지해 생물학 관련자 27.6%보다 오히려 높게 조사됐다. 의전원 입학 대상이 학사 이상 졸업자임을 감안하면 4년간 이공계 전공을 마치고도 결국 의학계열로 진로를 바꾸는 학생들이 많음을 시사한다.
올해 의전원 입학을 준비하는 자연대 졸업생 김 모 양(25)은 “이공계 학생들은 졸업 후 잘해야 대기업 입사지만, 이후에도 언제 퇴직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낮은 처우에 시달린다”며 “의사는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고 향후 미래도 안정적이라 개인의 입장에서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공계 고급 인력의 처우는 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이 지난달 발표한 ‘국내 이공계 박사의 해외 유출 특성 및 요인 분석’에 따르면, 해외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이공계 박사 비율이 전체 9만7000여명의 8.4%에 달하는 8100여명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이공계 박사의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편인데, 이들의 급여는 정규직의 60~70%대에 머물렀으며 복지제도, 성과 보상 등 대부분의 처우수준이 정규직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사, 변호사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에 의한 박탈감으로 해외 유출 가능성이 더욱 높아져 이공계 인력의 열악한 처우가 결국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해석이다.
사회 지도층으로 눈을 돌려보면 이공계 출신의 입지는 더욱 좁아보인다.
현 18대 국회의 이공계 출신 국회의원은 총 16명으로 전체 299명의 5.3%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공계 기피 현상은 교육과 산업 전반에 걸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정치권에 이를 제대로 반영할 목소리가 적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가 매번 이공계 인력 양성을 위한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지만, 업계가 맞이한 현실은 정보통신부의 해체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제1차 이공계 인력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추진했지만 현장의 모습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정책이 발표 초기에 반짝 관심을 끌 뿐, 이를 지속적으로 끌고 갈 정치권의 힘이 크게 부족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