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계약법 개정안 조속처리 건의문도 제출
정부의 최저가낙찰제 확대 방침에 관련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지속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업계는 여론 홍보전을 펼치며 최저가낙찰제 확대의 부당성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는 한편, 국회와 연합전선을 구축하는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최저가낙찰제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업계 간 갈등은 ‘비등점’에 다다른 모습이다.
정부는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점을 내년 1월 1일로 못 박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저항이 워낙 큰데다, 국회도 업계의 주장에 보폭을 맞추며 관계법령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업계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와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공제조합, 한국전기공사협회 등 24개 관련단체들은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신문광고를 통해 최저가낙찰제 확대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는 그동안 관계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반대의사를 나타내던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업계의 결연한 의지를 일반인들에게 직접적으로 표출하기 위해 대국민 여론전에 나서게 됐다.
업계는 성명서에서 “최저가낙찰제가 지역경제와 서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는 최저가낙찰제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덧붙여 “만일 최저가낙찰제 확대 계획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국회가 직접 입법으로 저지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를 동시에 압박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국회에도 건의문을 보내 절박함을 호소했다. 건의문에서 이들 단체는 최저가낙찰제의 확대를 저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단체행동을 통한 실력행사에 나선 점도 주목된다.
기획재정부는 10일 서울지방조달청 PPS홀에서 ‘최저가낙찰제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건설업계 및 정보통신·전기공사업계를 망라한 시공업계 종사자 1500여 명이 정부의 최저가낙찰제 확대 방안과 공청회 진행방식의 문제점을 성토하며 개회를 저지하면서 결국 공청회가 무산됐다.
이날 공청회장을 가득 메운 업계 관계자들은 성난 목소리로 정부의 최저가낙찰제 확대 강행방침을 규탄했다.
한편 기재부는 이날 등급제한입찰제를 전체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로 확대하고, 저가심사 시 노무비·하도급 대금에 대한 심사를 신설하는 내용의 최저가낙찰제 보완대책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정부 대책이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 않고 실효성도 높지 않아 최저가낙찰제의 폐해를 해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4일 소위원회를 열고 국가계약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이날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공청회 개최 여부 등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