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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가상현실 대중화 이끌 핵심 키워드 주목
'치유', 가상현실 대중화 이끌 핵심 키워드 주목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0.03.10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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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너를 만났다’ 다큐 화제
재회∙명상 콘텐츠로 마음 위안

재활∙심리 치료에 적극 활용
시각장애인 시력 개선 ‘눈길’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서 가상현실로 구현된 딸과 재회하는 장면. [사진=MBC]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서 가상현실로 구현된 딸과 재회하는 장면. [사진=MBC]

가상현실(VR) 장비를 착용한 엄마가 조심스레 손을 뻗는다.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났던 아이가 엄마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엄마는 VR로나마 아이를 쓰다듬고 안아보고 안부를 묻는다.

너무도 갑작스러웠던 생이별에 작별인사조차 제대로 못 했던 엄마는 마지막 잘 가라는 말로 아이를 보내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지난달 방영된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의 한 장면이다. 갑작스레 떠나보내야 했던 7살난 딸을 VR 속에서 만나는 모습을 그린 이 프로그램은 수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VR의 새로운 가능성을 주목하게 했다.

 

사용자의 시야를 완전히 채우는 디바이스를 바탕으로 고갯짓이나 행동 등을 영상에 즉각 반영되게 함으로써 실재감을 극대화하는 것이 VR이다.

그간 게임 등 한정된 분야에 국한해 발전해 왔지만 VR이 지닌 메리트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으며 산업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완전한 사양길을 걷고 있는 3D 시장에 비견될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VR의 한계로 기술적인 문제를 꼽는다.

헬멧과도 같은 디바이스를 머리에 쓰고 있어야 하는 형태를 아직 벗어나지 못해 장시간 이용이 불편한 데다, 충분한 실재감을 느끼기에 영상 퀄리티가 그리 높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의 수준에선 이러한 단점을 감수하고서라도 활용가치가 높은 콘텐츠를 발굴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VR 산업이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가 ‘치유’다.

 

■재회 콘텐츠에서부터 휴식까지

‘너를 만났다’ 다큐멘터리 방영 이후, VR을 통한 소중한 사람과의 재회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방송의 사례처럼 생이별을 겪은 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VR로 재현한 모습이 실제 사망자와 최대한 비슷하기 위해선 사망 전 그에 대한 데이터가 방대하게 갖춰져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하지만 데이터가 확보됐다 해도 이를 가상의 인간으로 재구성하는 일은 현재의 기술로는 아직 비싼 수준이라 대중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인 문제는 언젠가는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했던 VR에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새로운 대안이 제시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라고 평가했다.

각종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을 치유한다는 의미에서는 명상을 주제로 한 VR 콘텐츠가 좋은 소재로 꼽힌다.

VR의 최대 이점인 몰입감을 기반으로, 사용자를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자연 속에 데려다 놓는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제주시 수목원테마파크에서 선보이고 있는 VR 콘텐츠 ‘신과 함께 날아오름’이 그 예다.

이 콘텐츠는 제주 지상(오름)과 항공(하늘), 해저(바다), 설화(제주큰손‧외돌개‧이무기)를 VR 영상으로 가상 체험한다.

드론으로 촬영한 제주를 신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는 개념으로 VR영상 속 각 지역을 눌러 세부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게 구성됐다. 제주바다 지역을 누르면 수중 카메라로 촬영한 VR영상이, 항공 지역을 누르면 열기구나 행글라이더를 타고 오름 풍광을 즐기는 VR영상이 나오는 식이다.

 

■의료계에선 이미 효과적인 치료 수단

의료 분야에서는 VR을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보다 적극 활용코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바이오기업 테크빌리지는 뇌졸중 환자의 재활을 도울 수 있는 VR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했다.

어깨, 팔, 손 등에 마비가 생긴 뇌졸중 환자가 VR기기를 착용하고 가상현실 상태에서 망치질, 공 잡기, 컵 따르기, 거품방울 만지기, 실로폰 치기 등을 수행해 마비된 부위의 재활을 돕는 방식이다.

뇌졸중 환자 9명에게 이 재활 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마비 증상 개선 정도 등에 대한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7점으로 높았다는 설명이다.

정신질환 치료에 있어선 VR의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

환자가 공포감을 느끼거나 심리적·신체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상황을 단계별로 노출시켜 환자 스스로 이를 통제하고 극복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학과 VR 클리닉센터에 따르면 2017년 8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 공포증 환자 88%가 VR 치료법을 통해 불안감을 해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기업 에스와이이노테크는 치매 예방 인지강화 VR 솔루션을 개발했다.

치매 위험군에 속하는 고령자들에게 VR 헤드셋을 씌운 뒤 가상현실 환경에서 치매와 관련된 몇 가지 테스트를 거친 후 최종 결과를 분석해 내놓는 방식이다.

콘텐츠는 마치 게임처럼 진행된다. 해운대에서 날고 있는 수많은 갈매기 가운데 까마귀만 찾아내거나 집안의 달라진 점을 찾는 등이다.

 

■장애인 보조기기로 활용

VR은 인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을 통해 장애인에게 효과적인 보조기기로 활용되기도 한다.

삼성전자 C랩이 만든 시각장애인용 VR기기 ‘릴루미노’가 대표적이다.

‘릴루미노’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된 전방의 윤곽선을 강조하고 색 밝기를 조절하는 한편, 색의 반전과 필터를 이용함으로써 백내장 또는 각막 혼탁 등으로 시야가 뿌옇고 빛 번짐을 느끼는 고도근시 장애인들이 글자나 사물을 또렷이 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섬 모양으로 일부 시야가 보이지 않는 암점과 시야의 중심부만 보이는 터널 시야를 가진 장애인을 위해 잘 보이는 쪽에 이미지를 재배치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실제 임상 시험결과 교정 시력 0.1 수준의 시력이 ‘릴루미노’를 통해 0.8~0.9 수준으로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연구 중인 지팡이 컨트롤러는 시각장애인도 VR을 체험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VR은 기본적으로 시각 기술이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즐기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지팡이 컨트롤러는 공간의 질감을 떨림으로 전달해 시각장애인도 VR 공간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VR로 재현한 환경은 휴지통이나 벽, 테이블 등이다. 체험자의 지팡이가 이 객체에 닿으면 진동을 전달해 물체를 인식할 수 있다.

실제 가상의 실내를 구성한 콘텐츠를 체험한 9명 가운데 8명이 방을 능숙하게 이동했고, 이 중 6명은 건물 밖 VR 환경에서도 문제없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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