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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품셈 100% 적용…전기·통신공사 인건비 증액
표준품셈 100% 적용…전기·통신공사 인건비 증액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0.11.23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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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계약심사 결과 공개
합리적 기준으로 가격 산정

업계, 획일적 예산절감 땐 부작용
“공공성 실현에 중점 둬야”
경기도가 표준품셈을 100% 적용해 관내 시설공사의 인건비를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경기도]
경기도가 표준품셈을 100% 적용해 관내 시설공사의 인건비를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경기도]

경기도가 표준품셈과 퇴직공제부금비를 엄격하게 적용해 관내 시설공사의 인건비를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계약심사 과정에서 당초 책정된 예산이 깎이는 경우가 많은데, 경기도의 경우 올해 집행한 전기·통신공사에서 표준품셈을 100% 적용해 사업비를 늘렸다. 이는 적정공사비 산정에 대한 관련업계의 바람과 일치하는 것으로 고품질 시공에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는 올해 1월부터 10월말까지 2608건 1조4491억원 규모의 계약을 사전 심사해 당초 요청보다 총 59억원의 예산을 늘리고 851억원을 감액했다고 22일 밝혔다.

계약심사는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용역·물품구매 등의 사업에 대해 원가산정 및 설계변경 증감금액의 적정성을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다. 경기도는 올해 설계금액에 노무비가 제대로 반영됐는지를 꼼꼼히 검토해 시설관리나 건설근로자의 적정임금 보장에 중점을 두고 심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B시설 전기·통신공사의 경우 인건비가 일괄적으로 70% 감액돼 있던 것을 표준품셈을 100% 적용해 3억5614만원을 증액했다. 해당 공사에서는 누락된 퇴직공제부금비를 반영해 444만5000원의 예산을 늘리기도 했다.

퇴직공제부금비는 법정 퇴직금을 받기 어려운 건설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무 일수에 비례해 사업주가 공제부금을 납부하도록 한 제도로 1억원 이상의 공사에는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경기도는 예산 부족의 이유로 원가를 너무 낮게 책정할 경우 자칫 부실공사나 임금체불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증액 사유를 설명했다.

A도로 확포장 공사에서는 보통인부로 설계돼 있던 노임단가를 공종에 맞게 조정해 기술자별로 적정임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인건비 약 8645만원을 증액했다.

C시 본관 창호교체 공사를 심사할 때는 2019년 설계시점으로 적용돼 있던 시중노임단가를 2020년 입찰시점으로 적용해 다시 산정했다. 이에 건설근로자의 임금예산이 기존 8800만원에서 9053만원으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경기도는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비가 제대로 반영됐는지도 세심하게 살폈다. 한 예로, E공공기관 건물관리 용역에 대해 15일로 설계돼 있던 연차수당을 2018년 7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맞춰 26일로 조정했다. 이로써 근로자가 첫해에 26일의 연차수당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인건비를 약 24만원 증액했다.

한편 계약심사제도는 지방계약법령(지방계약법 시행령 제10조·74조) 및 지방계약예규(제3장 계약심사 운영요령)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2008년 16개 시·도에서 실시된 이후 2010년 5월부터는 전국 시·군·구로 확대 실시되고 있다.

각 지자체는 계약심사를 통해 입찰·계약을 하기 위한 예정가격이 적게 책정됐거나 지나치게 많게 계산되지 않았는지 원가산정의 적정성을 심사·검토한다.

구체적으로 △설계서 간 불일치 여부 △원가계산 작성방식 및 표준시장 단가 적용의 적정성 △표준품셈 등 대가 산정기준 적용 및 법정경비요율의 적정성 △가격정보 및 견적가격 등 가격결정의 적정성 △산출된 물량의 적정 산출 여부 등이 심사대상에 포함된다.

계약심사제도의 기본 취지는 지자체의 효율적인 예산집행을 도모하고 시공품질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설계원가의 적정성을 심사하면서 가격경쟁력에만 중점을 두게 될 경우 부실공사와 공사업체의 수익성 악화 등 제도본래의 목적에 맞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단순히 가격중심으로 계약심사를 진행할 게 아니라 더욱 객관적이고 다양한 기준을 심사에 포함하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계약심사 과정에서 예산을 획일적으로 삭감해 원가보다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공사비가 산정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에서 관련연구를 수행한 김현진 연구원은 “계약심사제도 운영에서의 정책적 목표는 단순한 예산절감이 아닌 공공성 실현이 돼야 한다”며 “제도운영 시 적정하고 합리적인 공사가격 설정을 통해 과다계상이 있다면 하향조정하고,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공사에 대해서는 가격상향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마순흥 경기도 계약심사담당관은 “계약심사가 공사비를 삭감해 영세 건설업체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으나 부당한 거래를 사전에 방지해 약자를 보호하는 역할이 훨씬 크다”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계약심사를 실시해 도민의 세금이 적재적소에 쓰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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