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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 처벌 강화할수록 실질적 안전관리는 더 소홀해져”
“사업주 처벌 강화할수록 실질적 안전관리는 더 소홀해져”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4.02.18 0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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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 현장 스케치

대표자 구속 땐 결국 도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인력 확보·비용 부담 가중
산업안전관리비 계상 필수
하도급사도 적정금액 줘야
강창선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중앙회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촉구하는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강창선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중앙회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촉구하는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14일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에는 4000여 명의 중소기업인이 참석, 무리한 법 적용에 따른 산업현장의 여러 부작용과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중소기업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는 형식적인 법률로는 실질적인 산업재해 예방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데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은 “영세 중소기업의 사업주와 소상공인은 근로자와 다를 바 없다”며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바라보는 잣대를 중소기업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한 “중소기업 경영자는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그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한다”면서 “중소기업이 충분한 준비의 시간을 갖고 안전관리 규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법 적용을 유예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윤 회장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업주의 부재는 결국 회사의 도산으로 이어지게 된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섣부른 시행은 영세 중소기업의 사업주를 범법자로 만드는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 경제는 소수의 대기업이 아닌 다수의 영세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이 떠받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의 경제가 무너지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전기공사업체 ㈜삼부전력을 경영하고 있는 김선옥 대표이사는 “중소기업 경영자가 가족과 같은 근로자를 위험에 내몰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회사 대표만 죽으라는 법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일갈했다.

특히 김 대표는 “근로자는 일하고 사업주는 지시만 한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인 갈라치기”라면서 “우리에겐 단지 철저한 준비를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남궁훈 ㈜엔서브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체의 애로사항을 발표했다.
남궁훈 ㈜엔서브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체의 애로사항을 발표했다.

정동민 베델건설㈜ 대표이사는 “다수의 중소기업은 현장기술자에 대한 인건비와 운영자금 확보에 큰 부담을 갖고 있다”며 “이에 더해 안전관리 인력 확보를 위해 추가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정 대표는 “건설산업 특성상 시공현장은 여러 곳에 분산돼 있고 도처에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며 “사장의 몸이 10개라도 회사의 경영 전반을 꼼꼼히 살피기 힘든 상황에서 어느 현장으로 달려가 누구를 붙잡고 있어야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더불어 “불의의 사고로 회사 경영자가 각종 조사에 끌려다니다 보면 경영 의욕이 상실되고 혹여 구속이라도 되면 중소기업은 결국 도산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적 한계”라고 꼬집었다.

중소기업 경영자뿐만 아니라 일선 현장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의 냉철한 분석도 큰 공감을 얻었다. 전문건설업체 산업안전보건팀에서 일하고 있는 김 모씨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 기업이 안전관리에 더욱 힘쓸 것이라는 원론적인 생각으로 만든 탁상행정 그 자체”라면서 “처벌을 강화할수록 실질적인 안전관리는 더욱 소홀해지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을 돌며 체계적인 안전점검을 해야 할 안전관리 담당자들이 형식적인 서류작성을 위해 실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사고예방과 안전관리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도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현장의 사고를 줄이고 실제 안전관리를 강화하려면 적정 수준의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반드시 계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주처에서 원도급사에 적용하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기준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으나, 원도급사에서 하도급사에 적용하는 명확한 기준은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 소규모 사업장에는 아주 적은 금액의 산업안전보건관리비만 지급되고 있으며, 아예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나타났다.한편, 중소기업 단체들은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이 이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정보통신공사업체 대표 및 임·직원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법 적용의 유예를 호소했다.
정보통신공사업체 대표 및 임·직원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법 적용의 유예를 호소했다.

※ 기사 취재에 김대정 명예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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