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최근 건설업계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인명사고가 이어진 가운데,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물론 대통령실까지 강경한 대응을 시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2일 대규모 인원을 동원한 압수수색에 나섰고, 대통령실은 면허 취소, 입찰 기회 박탈, 매출액 비례 과징금 부과 등 초강력 제제 수단을 검토하겠다면서 산업재해 근절 의지를 드러냈다.

산업재해로 인한 인명사고, 특히 근로자 사망이나 중증 후유장애를 남기는 상해는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과 주변에까지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힌다. 더 나아가 사회적 비용 또한 막대하게 발생하는 만큼 철저하게 대응해야 함이 마땅하다.

업계가 그릇되고 안일한 인식에서 벗어나 산업재해를 제로화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 특히 사업주가 근로자 안전에 비용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것은 몇 번이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업계의 실태를 면밀하게 살피지도 않으면서 그저 “때리면 해결된다”는 식의 단순한 편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면 산업재해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업계가 위축되기만 할지도 모른다.

산업재해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작업자의 불안한 행동이나 실수·착오 등 인적 요인, 설비의 결함 같은 기계적 요인, 작업장의 각종 유해인자와 구조 등 환경적 요인, 미흡한 규정·교육 등 관리적 요인이 산업재해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뿌리 깊게 박혀있다. 특히 불공정한 거래 관행과 저가 출혈 경쟁에 내몰리는 영세 업체들의 실태는 현장 근로자의 안전한 작업 여건 마련과 고품질 시공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마저 어렵게 만든다. 이는 근로자는 물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산업·시민 재해로 이어진다.

사업주를 비롯한 공사업체도 산업재해 발생 시 큰 손해를 입는다. 업계는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피땀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뒷받침할 정책적 전략 수립 없이 그저 업계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정부의 조처는 편의적인 대응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앞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도입할 때도 일각에서는 ‘사업주에 책임을 부과하고 강력하게 처벌한다면 중대 산업재해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단한 바 있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산업재해 감소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사법 리스크 해소를 위한 법무 비용 부담이 늘면서 중소 영세 사업장의 안전·보건은 더 취약해지기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별다른 지원 없이 처벌만 강화하는 실책을 또 반복한다면 업계의 쇠락과 위축, 투자 감소, 인력 감소와 영세화, 저품질 부실시공 난립, 인프라 품질 저하와 미래 경쟁력 상실이라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정부는 풍전등화와 같은 형세 속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국가 경제를 고려해서라도 미래 경쟁력의 기반이자 성장의 토대를 견고히 해야 한다. 이에 각종 인프라의 건전한 발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따라서 산업재해에 관한 관리·감독과 처벌을 강화하더라도 재해 저감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정책 마련과 업계 애로 해소, 규제 정비 등 후속 조치를 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정보통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