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 노동법률사무소 박효주 노무사
호랑 노동법률사무소 박효주 노무사

새 정부가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현재 3100명 수준인 근로감독관을 단계적으로 2028년 1만명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올해 9급 공채 국가직 일반행정 합격자 348명 가운데 155명, 지역구분 모집 합격자 184명 중 77명으로 전체의 반 수를 고용노동부에 배치했고, 이에 더해 인사혁신처는 근로감독 및 산업안전 분야 7급 국가공무원 500명을 신규 채용한다고 밝혔다.

‘근로감독관’이란 근로조건의 기준을 확보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 기관에 두는 공무원이다. 직무에 따라 ‘일반 근로감독관’과 ‘산업안전 감독관’이 있다. 사법경찰직무법 제6조의2에 따라 근로감독관은 노동관계법령에 규정된 범죄에 관해 사법경찰리로서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특별사법경찰관’이다. 고용센터에서 일하는 일부 행정직을 제외하면 6~8급 고용부 공무원 대부분이 근로감독관으로 일하고 있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감독하는 데 있어 근로감독관의 역할이 필수적이고 근로감독관의 수가 많아지면 산업현장에 투입하기가 쉬울 것은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 고용노동부에 배정된 249명 중 61명이 이미 임용을 포기했다고 한다. 9급 합격자들 중에는 승진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8급으로 진급할 기회조차 사실상 막혔다는 하소연이 잇따르고, 근로감독관은 ‘특사경’인데 일반행정직이 맡는건 부당하다. 차라리 임용을 포기하고 다른 직렬로 다시 도전하겠다는 반발이 이어졌다고 한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근로감독관을 1000명가량 늘린 바 있으나 그 결과 현장은 경력 3년 미만의 ‘초보’ 근로감독관들로 채워졌다. 플랫폼 노동, 직장 내 괴롭힘 등 노동 사건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신참 감독관들은 업무 난관을 호소하고 사업주와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엉터리 근로감독이 많다”는 불만이 많았다.

2019년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으로 수년간 관련 민원이 늘어나고, 노동법 위반 신고 사건 수가 2023년 한해 10만건을 넘었다. 최근 들어서는 갑자기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노동청에 신고하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한다. 노동 관련 사건을 다루는 감독관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근로감독관이 고용부 내 기피 직렬로 꼽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7년 이후 근로감독관을 매년 증원하고 있지만, 퇴직 인원도 급증했다. 퇴직 사유는 업무량이 늘어나고 민원 강도가 갈수록 강해지는 것이 원인이라고 고용부는 분석했다. 2023년에는 임용 후 1년도 못 버티고 퇴사하는 고용부 공무원이 98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인의 고소·고발로 수사받는 직원이 늘고, 민원이 1명이 악성민원 3245건을 제기하는 등 일선 공무원들의 고충은 가중되고 있지만, 고용부의 대응책은 부실했다.

2023년에는 1년차 근로감독관의 비보도 전해졌다. 천안지청의 근로감독관은 민원인이 자신은 물론 지청장과 관리자들까지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심적 부담에 시달렸다. 이후 민원인은 재진정과 함께 담당자인 감독관의 처벌 요구를 지속해서 이어갔고 검찰에 감독관의 동료들까지 고발하자 감독관은 힘들어하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러한 우려에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관 충원 관련 보도자료를 제출했다. 고용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사업장감독 규모가 현저히 적고, 사업장 사고사망만인율과 임금체불액 등은 높은 수준이다.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고, 임금체불 등 노동권익 침해를 예방하며, 현장에서 노동관계법령을 준수하도록 근로감독관의 신속한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만, 근로감독관 1만명 충원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으며, 2026년까지 근로감독관을 1300명 증원한다고 했다. 신규 근로감독관은 가급적 경력이 있는 감독관과 ‘2인 1조’로 팀을 구성해 사업장감독을 시행하고, 전문성 제고를 위해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 위주로 직무교육을 진행한다고 한다. 법무연수원과 협력해 특별사법경찰관 수사 실무과정 등 전문교육과정으로 감독관들의 수사역량 강화 등 성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양질의 감독행정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밝혔다.

또한, 올해 고용부 배치된 9급 공무원 합격자는 교육 후 비감독부서(고용센터 등)에 배치할 예정으로 근로감독관 업무에 대한 부담을 덜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고용부는 원활한 인력 충원과 승진적체 해소 등 체계적 인사관리를 위해, 직급별 정원의 균형적 확보, 내부 승진 검토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일선 현장 직원과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은, 근로감독 업무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법적 근거를 담은 ‘근로감독관법’을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은 “근로감독관 증원과 산업안전 강화를 아무리 외쳐도,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 현장은 달라지지 않는다”라며 “현재 근로감독관의 직무와 권한, 수사 기준 등이 근로기준법 등 개별 법령에 흩어져 있어 한계가 있다. 신고 사건 처리 절차, 정기·수시·특별감독의 실시 기준과 사후 처리 절차 등 현장 대응력을 높이고, 벌칙 및 과태료 부과에 관한 규정으로 행정 집행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등 근로감독관의 업무를 통합적으로 규정해 근로감독관 제도를 체계적 법률로 바로 세울 때”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의 반박 자료는 근로감독관의 전문성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현재 감독관들이 처한 과도한 민원 고충에는 비중이 없어 보인다. 근로감독관의 수를 늘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특사경’으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 관련 법을 통한 집행 권한을 높이고,

뜨뜻미지근한 대책보다는 종합적인 민원인 대처 방법과 관련 공무원 지원 방안 등 근로감독관의 처우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변화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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