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K-휴머노이드 연합에서 M.AX 얼라이언스 총회가 열렸다. M.AX란 Manufacturing AX, 즉 생산(공장, Manufacturing) 측면에서의 AI 전환(AI Transformation)을 뜻하는 용어이다. 글로벌 대기업과 대학을 포함해 부품, 요소기술, AI, 수요처까지 다양한 관점을 가진 회원사들이 참여하여 K-휴머노이드의 산업 발전 방향과 제도, 정책에 대해 열띤 토론과 제안을 나누었다.

필자는 K-휴머노이드 연합의 회원사로서 참여하였지만, 설명회와 간담회 내내 정보통신망에 대한 고민을 떨칠 수 없었다. 제조 혁신을 위해 로봇이 사람과 함께 일하고 보조하며 효율을 높이는 공장의 AX 전환을 위해서는 초저지연, 연결성 보장형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 중국 로봇 기술, 세계 최고 수준

많은 연구자들의 보고와 주장에 따르면, 중국 로봇의 수준과 역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에 이르렀다. 중국은 막강한 자본력과 우수한 인재 집단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만 살아남는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하고 있다. 통신, 태양광, 토목 계측센서에 이어 로봇 분야에서도 이미 물리적 완성도 면에서는 세계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치타 로봇을 만들어 공개해 유명해진 MIT가 독자 기술인 QDD(Quasi-Direct Drive) 액추에이터 원천 기술을 공개한 이후, 중국 기업들은 놀라운 속도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한 상상 가능한 거의 모든 형태의 로봇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K-휴머노이드 연합이 출범하고 또 M.AX(Manufacturing AX) 얼라이언스를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되었다. 단순한 로봇 하드웨어는 이제 중국보다 잘 만들거나 저렴하게 만들기 어렵다.

대한민국의 고민과 숙제는 하드웨어는 뒤처졌지만, 그 로봇과 공장 안에 담기는 AI 만큼은 결코 뒤처질 수 없다는 절박함에 있다. 로봇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인간처럼 대화하고 지시를 이해하는 로봇을 만들어, 인간의 생산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제 우리의 눈앞에 닥친 과제이다.

■ 통신 인프라 역할, 더욱 중요해져

공장 로봇이 성큼 우리 눈앞에 나타난 현시점에서, 필자는 통신 전문가로서 이제 통신 인프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우리 통신업계가 비로소 명확한 자리매김을 할 때가 되었다고 감히 주장한다. 로봇과 공장에서 AI 전환(AX)을 위하여 가장 필요한 인프라는 무엇일까? 전력과 통신이다. 공장자동화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진행된 우리나라에서 실제 전력과 통신인프라가 취약하다는 것은 사실 공장 실무자들이 잘 인정하지 않는 사실이다.

사실상 대한민국이 전력과 통신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서 생기는 착각이자 취약점이다. 1년에 단 한 번의 정전이나 네트워크 단절을 경험하기 힘들 만큼 안정적인 것이 한국의 인프라 수준 아니었던가. 당연히 그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 전력의 정전 대비 무정전 대책도 시급한 문제지만, 통신 인프라의 고도화는 AX 전환으로 인해 통신 데이터가 1000배 폭증하는 시대에 시급한 정도가 아니라 절체절명의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과거의 공장 자동화는 PLC(프로그램 가능 로직 제어기: 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SCADA(원격감시제어:Supervisory Control and Data Acquisition), DCS(분산형 공정제어 시스템: Distributed Control System) 단계를 거치며 발전해 왔다. 당시 기반 통신은 시리얼 방식으로, 9600bps나 최대 56kbps 수준의 속도면 충분했다. 그러나 공장 AX 시대에는 수 Mbps의 제어 신호뿐 아니라 수십 Mbps의 실시간 영상 트래픽 등 엄청난 네트워크를 동시 처리 해야 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공장 로봇의 확산과 함께 정보통신인프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공장 로봇의 확산과 함께 정보통신인프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 URLLC와 TSN, 통신망 필수 요소

모 기관의 회의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다. 스마트공장이 구축된 현장에서 자율이동 로봇이 와이파이가 끊겨 제대로 이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무슨 네트워크의 기본도 안되는 소리인가? 실제로 스마트공장 현장에서는 수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도, 유무선 네트워크를 4만 원짜리 공유기 몇 대로 구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좀 더 고급 장비인 산업용 네트워크 컨트롤러나 WiFi AP를 사용하더라도, 현재의 기술로는 여전히 지연, 제어 불능, 시퀀스 오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M.AX(제조 AI 전환: Manufacturing AX)를 위한 기반 인프라로서 그 통신망이 갖춰야 할 능력은 URLLC(초고신뢰 초저지연 통신, Ultra-Reliable and Low-Latency Communications)와 TSN(시간민감성 네트워크, Time-Sensitive Networking)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 기술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

같은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이라도, 공장과 로봇을 위한 통신 인프라는 6G 기술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특징을 가진다. 공장 특화 네트워크는 안정성과 실시간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앞서 말한 대로, 전세대의 공장 자동화는 시리얼 통신기반 이었다. 빠르진 않지만, 데이터 순서가 절대 뒤바뀌지 않는 구조였다. 이는 시퀀스 제어(Sequence Control)를 기본으로 하는 공장 순차 처리 시스템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현대의 네트워크 기술은 데이터 전달 속도가 일정하지 않고, 순서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만약 공정 순차 제어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데이터 소실이나 타이밍 불일치가 발생한다면, 공장은 재앙적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 서둘러야

공장과 로봇을 위한 네트워크는 어떠한 이동이나 환경 변화에서도 끊기지 않아야 하며, 중요도가 높은 회선은 연결성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 또한 내외부의 모든 네트워크 침입으로부터도 100% 완벽한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

공장 물류를 담당하는 자율이동 로봇 시스템이 일정 지역 범위를 벗어나면 WiFi를 놓쳐서 멈춘다는 농담같은 사례는 현행 공장 통신 인프라의 한계를 보여준다. 우리 통신 전문가와 기업들이 제 역할을 하고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스마트공장 사업 현장이나 다수의 자동화 공장에서 네트워크 인프라는 아직도 산업용 스위치조차 없는 공유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K-휴머노이드와 M.AX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국 기업과 차별화된 AI 기반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 역량이 필요하고, 그 핵심은 공장의 네트워크 통신 인프라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통해 초저지연 통신, WiFi와 Private 5G를 넘나드는 무선 핸드오버, 우선순위에 따른 완전한 대역폭 보장, 인가되지 않은 단말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화이트리스트 기반 보안 정책 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은 통신 분야가 6G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이기도 하다. 넓은 공장을 커버하기 위해 상시 설비에는 유선 이더넷을, 수십 m 범위에는 WiFi를, 수백 m 이상 구간에는 자가망 5G(Private 5G)를 활용할 수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적용하면 WiFi AP 간이나 5G 등 이종 통신망 간에도 수 ms 이내에 핸드오버가 가능하다.

또한 공장 내 가장 큰 트래픽은 영상 콘텐츠지만, 가장 중요한 트래픽은 공정 설비나 로봇 제어 신호이다. 만약 수백 대 CCTV의 트래픽 폭주가 발생한다면 로봇이나 설비 통신을 방해할 수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최종 단말까지 우선순위별 트래픽과 지연 시간을 보장하는 최적의 기술이다. 이는 권역별 폐쇄망을 구축하는 데에도 적합하며, M.AX 얼라이언스 실현의 기반 기술이 될 것이다.

K-휴머노이드 연합과 M.AX 얼라이언스는 모니터 속에 머물러 있던 AI가 로봇이라는 형체를 입고 현실 세계로 뛰쳐나오게 하는 대한민국 민·관·학 기술 집단의 큰 도약이자 다짐이다. 정부, 민간, 학계가 한마음으로 협력하고 도약하려는 지금이야말로 공장과 로봇을 위한 차세대 네트워크 개발과 구축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우리 통신 전문가들은 새로운 산업 환경 속에서 네트워크 인프라의 고도화와 기술 개발을 통해 대한민국의 또 다른 도약을 위한 발판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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