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지(祖沖之)라는 이름이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그는 서기 5세기 중국 남북조 시대의 위대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였다. 그가 남긴 가장 빛나는 업적은 바로 원주율 π를 소수점 아래 7번째 자리(3.1415926)까지 정확하게 계산해 낸 것이다. 이는 서양보다 1,000년 이상 앞선 기록으로, 그의 이름은 오늘날까지도 중국 과학기술의 정밀성과 혁신성을 상징하고 있다.

중국 과학계가 2020년대에 들어 첨단 양자 컴퓨터에 그의 이름을 붙인 것은 이 ‘조충지’ 시리즈가 고전 계산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류 지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중국의 야심을 담고 있다.

2025년 초에 발표된 조충지 3.0(Zuchongzhi 3.0)은 중국이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 그룹으로 도약했음을 선언하는 중요한 이정표였다. 이 초전도 양자 프로세서의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다.

○ 105 큐비트 달성 : 조충지 3.0은 105개의 물리적 큐비트를 탑재하여, 이전 버전(66큐비트) 대비 큐비트 수를 크게 늘렸다. 큐비트는 그 수가 증가하면 연산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 압도적인 연산 속도 : 조충지 3.0은 ‘양자 랜덤 회로 샘플링’이라는 특정 난제에서 현존하는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보다 약 1조 배 이상 빠른 연산 속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양자 컴퓨터가 고전 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는 지점인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 또는 ‘양자 우위(Quantum Advantage)’를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조충지 3.0의 의미는 단순히 큐비트 개수만 늘린 것이 아니라, ‘양자 오류 정정’ 연구를 위한 안정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양자 컴퓨터가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실용적인 문제 해결 단계로 진입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조충지 3.0과 같은 획기적인 발전은 한국에 다음과 같은 시급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첫째는 인재 양성이다. 당장 세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 개발보다는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및 알고리즘 인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양자 컴퓨터의 원천 기술을 ‘사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는 전략적 제휴 및 협력이다. 양자 컴퓨터 개발은 단일 국가가 독점하기 어려운 거대 프로젝트이다. 미국 IBM, 구글 등 선진국의 양자 클라우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핵심 기술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셋째는 특화된 응용 분야의 발굴이다. 한국의 강점인 반도체, 바이오·신약 개발, 화학, 배터리 설계 등 특정 산업에서 ‘한국형 양자 우위’를 만들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이 핵심이다.

넷째는 양자 내성 암호의 대비이다. 양자 컴퓨터로도 해킹이 어려운 양자 내성 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 PQC) 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양자 기술의 선점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산업적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내실 있는 전략과 투자이다. 인재 양성과 특화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면, 우리도 조충지의 후예들처럼 미래를 개척하는 ‘양자 도약’을 이루어 양자 시대의 주요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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