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지중 100m 무선통신 성공…지하 재난대응 적용

[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국내 연구진이 지중에서도 무선통신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해 향후 광산 같은 지하매설물 붕괴 등 사고 시 구조작업, 지중 작업, 지중 군사 작전 등에 활용이 기대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광산 지중 100m 거리에서 음성신호를 송·수신할 수 있는 ‘자기장 지중 통신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지하 광산은 신호 감쇠가 매우 심해 기존 무선통신 기술로는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이에 연구진은 지중 매질에서 자기장이 안정적으로 전달되는 특성에 주목해 저주파 자기장에 기반하는 통신 시스템을 연구했다.

연구진은 직경 1m의 송신 안테나와 수 ㎝급 소형 자기장 센서의 수신 센서, 약 15킬로헤르츠(㎑)의 주파수, 초당 2~4킬로비트(k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구현했다. 이는 음성 통신이 가능한 성능으로 평가된다.

특히 연구진은 광산 입구(지상)와 지하 5단(지중) 사이 직선거리 100m 구간에서 양방향 통신 시험에 성공했다. 기존 수십 m급 해외 연구를 뛰어넘는 실증 성과다.

이번 성과는 광산 붕괴 사고 등 지하 재난 상황에서 매몰자와 구조팀 간 통신을 가능하게 하고, 지하 공동구·가스관·송유관 등 지하매설 기반시설의 재난 대응과 지하 벙커 환경에서의 군 작전 통신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이바지할 전망이다.

연구진은 스마트폰 등 개인 단말과 연계한 기술 확장을 추진 중이며, 지상과 지중을 연결하는 통신 중계(AP)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인귀 ETRI 전파원천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생활 무전기도 닿지 않는 지하에서 통신에 성공한 만큼, 광산 사고 시 구조 활동의 통신 단절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박승근 ETRI 전파연구본부장은 “광산뿐 아니라 터널, 지하시설, 해양 굴착, 국방 등 극한 환경에 필요한 혁신 기술”이라면서 “신뢰성 높은 통신 수단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