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초전도체 구현시 ‘혁명’
자기장 특성 활용도 무궁무진
MRI∙전력계통 등 효율 극대화
적은 기지국으로 고품질 통신
보안성 높은 위성통신 실현
[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초전도체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국내 연구진의 논문이 발단이 됐다. 지난 7월,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상온∙상압에서 기능하는 초전도체 ‘LK-99’를 발표하며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LK-99’가 진짜 초전도체인지에 대한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초전도체가 상용화되면 인류 문명이 한단계 레벨업 될 것이라는 게 학계 정설이다. 통신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얼렸더니 저항이 사라졌다
초전도는 직류 전류저항이 ‘제로(0)’인 상태를 일컫는다. 즉, 어떤 물질의 전기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물질을 초전도체라고 한다.
초전도체는 금속, 합금, 반도체 등 다양한 물질로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이 물질들이 초전도 현상을 발현하게 하는 ‘온도’에 있다.
초전도체 이론인 BCS이론에 따르면, 초전도 현상은 30캘빈(K) 이하의 온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말이 30K이지 이는 -243℃로 상온으로 통용되는 20℃에 비하면 극단적으로 낮은 온도다.
과학계의 오랜 연구 끝에 현재 이 온도는 133K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마저 -140℃로 일상생활에서 쓰기엔 아직 아득히 먼 숫자다.
결국, 현재의 과학기술로 초전도체를 이용하기 위해선 냉각장치를 함께 이용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극저온의 냉각장치는 비용은 물론, 부피까지 커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결과를 초래한다.
이번 ‘LK-99’가 상온, 즉 일상적인 환경에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다고 발표된 것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유다.
냉각장치가 필요없는 상온 초전도체는 그 자체로 전력효율 향상에 어마어마한 기여를 하게 된다.
또한 초전도체는 자기장을 강력하게 흡수하고 배출하는 능력도 발휘할 수 있어 자기장에 관련된 응용 분야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초전도체의 또하나의 특징인 ‘마이스너 효과(Meissner effect)’라고 하는데, 초전도체를 설명할 때 접하기 쉬운 이미지인 ‘공중에 떠있는 자석’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값싼 MRI에서 양자컴퓨터 실현까지
상온 초전도체가 활약할 분야로 가장 유력한 것이 의학계에서 쓰고 있는 자기공명이미징(MRI) 기술이다.
초전도체의 강력한 자기장 생성 특성을 이용하면 몸의 구조와 기능을 상세하게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감도와 해상도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질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큰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기존 MRI 촬영이 비용이 높았던 것은 냉각을 위한 액체헬륨의 비용이 비쌌기 때문인데, 상온 초전도체를 통해 이 비용까지 확연히 낮출 수 있다.
자기부상열차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대표적인 교통수단이다.
상온 초전도체는 현재 상용화된 자기부상열차에도 엄청난 경제적 효율을 가져다줄 수 있으며, 향후 하이퍼루프 등의 차세대 고속철도 상용화에 핵심기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력시스템에서 초전도체의 활약은 그야말로 ‘일당백’이다.
전력은 생산지와 소비지가 다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송∙배전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데, 한전에 따르면 이 비용만 연평균 1조6755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의 송∙배전 인프라가 초전도 시스템으로 전환되면 이러한 손실비용이 사라지게 된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여타 산업에 대한 투자로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에도 한몫한다.
양자얽힘 현상을 이용하는 양자컴퓨터는 외부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극저온 상태에서 동작해야 하는데, 상온 초전도체가 적용되면 이러한 냉각장치가 필요없게 된다.
이는 곧 양자컴퓨터의 저비용∙소형화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로, 양자컴퓨터의 대중화에 한발짝 다가서게 된다.
■적은 기지국으로 깨끗한 통신 구현
상온 초전도체의 상용화는 통신기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초전도 통신소자는 기존의 금속이나 반도체, 유전체로 제작된 소자에 비해 크기 및 성능 면에서 월등히 우수한 특성을 나타낸다. 이를 이용한 무선통신시스템은 전송용량, 전송속도, 신호간섭 등에 획기적인 성능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예로, 초전도 통신소자는 인접신호의 제거효과가 매우 커 신호간섭에 의한 성능 저하가 최소화된다. 즉, 보다 적은 기지국으로도 안정적인 통신품질이 보장되는 것이다.
위성통신에서의 활용도도 높다.
초전도 시스템은 테라급(㎔) 주파수 영역을 이용할 수 있는데, 기존 전파 기반 위성통신은 전리층을 뚫고 들어오기 때문에 지상에서 도청이 가능하지만 초전도를 응용한 전파는 전리층을 뚫지 못해 보안성이 탁월한 통신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