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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데이터 고속도로, ‘해저케이블’ 관심집중
국경없는 데이터 고속도로, ‘해저케이블’ 관심집중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3.09.22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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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간∙대륙간 바닷속 연결
한국 트래픽 200Tbps 돌파

글로벌 데이터 수요 폭증
빅테크 기업도 자체 투자

지정학적 리스크…안보 위협
설계단계부터 ‘이중화’ 필수

[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인터넷 초창기만 해도 해외 사이트에 접속하려고 하면 인터넷 속도가 뚝 떨어지는 경험을 하곤 했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이 대세가 된 요즘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해외 사이트도 큰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국가와 국가, 대륙과 대륙 간 해저케이블이 연결돼 있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데이터 폭증 시대를 맞아 해저케이블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져갈 전망이다.

 

■전지구적 유선망 실현

해저케이블은 육지와 섬 혹은 대륙과 대륙을 바닷속에 포설된 케이블로 연결해 데이터 통신을 가능케 하는 설비를 뜻한다.

과거에는 구리선을 이용했지만 전송량과 속도면에서 압도적인 광섬유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전지구적 통신망을 커버한다는 점에서 위성통신과 비교되기도 하지만 성능과 경제성면에서 해저케이블이 압도한다. 전세계 데이터 통신의 99%가 해저케이블을 사용하고 있으며, 거리는 약 130만km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해저케이블 트래픽 용량은 2022년 기준 200Tbps를 돌파했다.

해저케이블의 설치는 크게 육양 작업과 부설 작업으로 나뉜다.

육양 작업은 먼바다에 있는 케이블 부설 본선에서 해안을 향해 케이블을 설치하는 작업이다.

부설 작업은 비교적 수심이 얕은 경우 산업잠수부가 잠수해 작업을 진행하고 30m 이상 깊은 수심에서는 매설기나 수중 로봇을 활용한다.

해저케이블의 건설은 주로 여러 국가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투자하는 형태로 건설된다. 한 기업에서 전담해 포설하기에는 너무 큰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제 통신회사 간 공동지분에 투자해 참여하거나 해저 국제회선 영속 사용권(IRU) 구매를 통해 사용하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바다 밑에 설치되는 특성상 높은 내구성과 신뢰도가 요구되는데, 지진 등의 자연재해나 바닷속 생물들에 의한 물리적인 공격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국가간 군사적 충돌에 의한 훼손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적국의 통신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해저케이블을 우선 공격대상으로 삼을 수 있으며, 케이블을 도청해 기밀을 탈취하는 위험도 부각되고 있다.

 

■대륙 넘나드는 데이터 더 많아진다

텔레지오그래피(Telegeography)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불과 1년간 국제 인터넷 용량은 약 450Tbps에서 600Tbps 이상으로 증가했다.

국제 인터넷 광대역의 이동량을 살펴보면, 유럽은 75%가 유럽 내 이동인데 반해 아시아의 경우는 전체 광대역 데이터 이동량의 44%가 대륙 간 이동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단절로 사실상 섬이 된 지리적 특성으로 해저케이블망이 급격히 확산됐다.

금융 부문에서 해저케이블을 통해 매일 약 10조달러의 금융 송금이 이뤄지며, 클라우드 서비스 및 5G네트워크 확산으로 광대역폭 수요는 2년마다 2배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에서 해외로 연결되는 해저 케이블은 총 11개다. 이 케이블은 부산, 거제, 태안에 위치한 국내의 국제 육양국을 통해 해외로 연결된다. 거의 대부분의 케이블을 KT가 보유하고 있다.

한편, 급증하는 데이터 수요는 해저케이블의 운영주체가 기존 통신사에서 글로벌 인터넷 기업으로 바뀌게끔 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전세계 해저 광케이블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케이블도 4개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도 자체적으로 해저케이블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해저케이블 포설선 모습. [사진=LS전선]
해저케이블 포설선 모습. [사진=LS전선]

■높은 의존도…국가안보와 직결

아산정책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해저케이블망과 데이터 안보’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해저케이블망이 여러 지정학적 요인들로 인해 국가안보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과 연결된 해저케이블이 손상돼 한국도 해외사이트 연결에서 심각한 장애를 겪은 적이 있다.

특히 한국은 서해 태안, 남해 거제, 동해 부산 3개 국제 육양국 중에서 부산 육양국에만 8개 국제 회선이 접속해 전체 해저케이블망의 72%를 차지한다. 한국 경제의 IT 및 데이터 산업 의존도에 비추어 볼 때 이중화가 잘 돼있지 않은 해저케이블망과 국제 육양국에 대한 공격은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프트웨어적 감청의 일종인 ‘데이터 하이재킹’ 위협도 불거지고 있다.

실제 중국 차이나텔레콤이 데이터 송수신 경로를 제어하는 프로토콜을 조작해 타국 기관과 기업들의 데이터 트래픽을 자국으로 향하도록 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보고서는 △현존 시스템의 이중화 △망 안전과 복원력 향상 △국제 협약을 통한 해저케이블망 보호의 국제법적 근거 확보 △우주인터넷 구축을 통한 국가 데이터 기간망의 이중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해저케이블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은 사실상 해저케이블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케이블 설계자들은 데이터 기밀성(confidentiality), 무결성(integrity) 및 가용성(availability)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들을 거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다층적인 보호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태평양을 가로지르는 3개의 해저케이블 육양국을 구축했으며, 대부분의 회선이 일본과 대만을 경유하고 있다. 지정학적 요소에 좌우되지 않을 독자적인 회선 개발을 위해 연구하고 투자할 필요가 있으며, 이와 동시에 안정적인 데이터 전달을 위한 기착지 부설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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