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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행정망 장애가 쪼개기 발주 때문이라고?
[기자수첩] 행정망 장애가 쪼개기 발주 때문이라고?
  • 서유덕 기자
  • 승인 2023.11.28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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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지난 17일 오전 8시 40분경,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해 공무원 업무 관리 프로그램인 ‘새올전자민원창구’, ‘온나라’ 업무시스템, ‘행복e음’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등을 이용할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행정복지센터와 무인민원발급기, 웹사이트 ‘정부24’에서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수 없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공무원 인사·복지 업무는 당연하고,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전산을 통해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진위 확인을 거쳐 업무를 수행하는 은행·증권·부동산 등의 금융 업무 일부도 마비됐다. 국가 전체의 경제·사회 기능이 멈추며 안보 위협으로까지 인식된 중대한 사건이었다.

이번 행정전산망 장애 원인은 네트워크 장비의 이상 때문이었다. 지난 25일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TF가 발표한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원인 및 향후 대책 브리핑’에 따르면, 전산망의 통합검증 서버와 연결된 라우터 장비의 케이블을 연결하는 포트 일부가 손상돼 패킷(데이터 묶음)이 전송 중에 유실됐다.

지난해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에 이어 국가 기능의 중추인 행정전산망에서까지 벌어진 이번 사고는 정보통신 인프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체감케 했다. 특히, 디지털 중심 시대에 부실한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번 행정전산망 장애의 근본 원인으로 ‘쪼개기 발주’ 탓을 했다. 전산시스템을 안정적·효율적으로 운용·관리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통합이 중요한데, 중소기업들이 국가 전산망 사업을 쪼개기 수주해 시스템 관리가 분절됐다는 주장을 폈다.

행정전산망 운영을 위한 하드웨어(HW) 및 소프트웨어(SW) 도입, 네트워크와 보안시스템 구축 등 사업을 나눠 발주하다 보니 업무 영역별로 오류가 생겨도 문제의 원인을 신속·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정상화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한 전문 중소업체를 육성해 국가 정보통신 역량의 고른 발전을 도모한다는 정책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의 정보통신설비를 유지보수·관리하는 것은 현장의 전문 정보통신 업체의 손에 달려 있다. 중소규모가 대부분인 이들 전문업체를 보호하고 육성하지 않는다면, 현장 여건 악화라는 본질적인 문제는 답보 상태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불공정한 하도급 구조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인식이다. 설비와 그 시공·관리 인력에 온전히 투입돼 품질 향상을 도모해야 할 공사·용역비가 원도급사의 재하도급 과정 중 새어 나간다는 설명이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의 저가 경쟁 입찰로 인해 중소기업의 수주 기회 박탈과 영세함이 가중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중소업체 사업 기회 소멸 같은 문제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정부도 발주 관리 역량을 보다 강화하고 정보통신설비의 유지보수·관리에 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관리상 편의만을 이유로 대기업에 프로젝트 기획과 관리를 전가하는 방식의 발주만을 선호하는 관습은 품질과 안전을 우선해야 할 공공사업의 시행 주체로서는 적절치 않은 행실이다.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 등에 대한 저가 경쟁 입찰 관행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행정전산망을 비롯한 공공사업의 발주 시장이 대·중소기업의 상생과 정보통신 인프라의 안정적 운용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지난 6월 법제화된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가 현장에서 실효적으로 기능하도록 관련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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