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하루 앞둔 15일, 누구도 예상치 못한 충격이 한반도를 뒤흔들었다. 포항에서 진도 5.4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급기야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작년 발생했던 경주 지진의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인접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은 이제 한반도도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시사하는 바다.
그런데 한 가지 지난해와 다른 점이 있다. 거의 무용지물이라고 조롱받던 재난문자가 지진 발생 전에 국민들에게 발송된 것이다. 문자를 먼저 받고 지진을 느꼈을 때의 그 소름이란.
분초를 다투는 재난상황에 이보다 유용한 ‘알리미’가 있을까. 지금껏 재난문자의 내용이 맞는지 의심부터 하고봤던 모습에서 이제 문자경보가 울리는 순간 만사 제쳐두고 대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실로 통신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실감한 사례다. 이처럼 상황 전파만 잘 돼도 상당수의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통신업계는 생명을 지킨다는 막중한 사명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 재난상황에 대비한 통신시설 점검을 게을리 해선 안 될 것이며, 재난이 발생한 이후라도 파괴된 통신설비를 최단 시간에 복구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준비해놓아야 한다. 정부 차원의 투자가 뒷받침 돼야할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의 구축도 더욱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은 재난 시에 경찰과 소방, 해경 등의 재난 대응기관이 동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단일 통신망이다. 올해부터 본 사업을 시작해 2019년까지 단일화 된 전국망 구축을 마무리하게 돼 있다.
그런데 본 사업계획에 따르면 한창 지진의 공포에 떨고 있을 영남 지역의 구축이 2018년 완료를 예정으로 하고 있다. 1년여를 더 불안한 상태로 견뎌야 한다는 얘기다. 재난이 예고편 먼저 나오고 발생할리 만무하다. 지역 구분 없이 하루속히 인프라를 완성해야 하는 이유다.
이제 ‘안전’의 또 다른 이름은 곧 ‘통신’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