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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빠는 뭐 하는 사람이야?
[기자수첩] 오빠는 뭐 하는 사람이야?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0.08.13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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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고 지내던 통신공사업체 사람과 오랜만에 연락이 닿아 함께 식사를 하게 됐다. 그간 결혼에, 득남에 굵직굵직한 이벤트를 많이 치러낸 듯하다.

그렇다면 그 이벤트들을 있게 한 연애사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러저러해서 이렇게 저렇게 됐다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싶었는데 전혀 뜻밖의 얘기도 있어서 사뭇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결혼을 앞두고 배우자에 대한 검증은 당연히 해야 할 절차다. 최소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아무리 설명을 해도 예비신부는 신랑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이해를 못 하더라는 것이다. 예비신부의 이해도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오빠 휴대폰 파는구나?

정보통신강국의 최전선을 누비는 기술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해왔는데 휴대폰을 파냐니. 그의 답답함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가장 쉽게 설명한다고 한 것이 휴대폰이 잘 터지고 인터넷이 잘 되게끔 장비와 케이블을 설치하는 일이라고 했단다. 통신공사란 것이 그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맞는 말이긴 하다. 그래도 일반인이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운 감이 없지 않다.

나름 예비신부도 오빠의 설명을 토대로 이것저것 검색해본 모양이다. 그러나 그의 답답함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번엔 그를 막노동하는 사람으로 알더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통신공사라고 검색을 했을 때 뜨는 사진들이 죄다 건설현장에서 볼 법한 헬멧을 쓰고 사다리에 올라 무언갈 만지고 있으니 그러한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예비신부는 그 즈음에서 연락이 뜸해졌다고 한다.

불현듯 든 생각이, 정보통신신문이 통신공사업계를 전문으로 다루고 있으니 우리 기사를 못 봤을 리 없겠다싶어 한번 찾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주에도, 지지난주에도 공사업 관련 사진은 헬멧을 쓴 작업자의 사진이 거의 전부였다. 통신공사는 막노동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한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물론 막노동도 산업현장에 꼭 필요한 일이며 폄하할 것이 아니다. 일견, 통신공사가 그와 비슷한 부분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평생을 함께 할 남자를 선택함에 있어 막노동 일꾼을 선뜻 남편으로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하면, 그 예비신부의 심정이 더욱 이해가 가는 바다.

어쨌든 사다리에 올라탄 헬멧 작업자라는 이미지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통신공사의 한 단면일 터다.

시대가 바뀌어 통신공사업계에도 소프트웨어 기술의 비중은 날로 높아지고 있고, 이를 등한시한 기업은 자연스레 도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이것이 통신공사다’라고 한정짓는 것도 의미가 없는 것이, 너무나도 많은 분야에 통신이 융합되고 있는 추세라 사다리만 잘 타선 경쟁력이 없다.

선입견을 갖게 한 우리 신문도 그 책임에 자유롭지 못하다. 업계 대변지로서 업계 종사자들의 이미지를 더욱 ‘쌔끈하게’ 일궈내야 할 사명감을 느낀다.

결론적으로, 그가 결혼에 골인을 했기에 망정이지 자칫 정보통신신문이 솔로부대 양성에 일조할 뻔했다. 어떻게 신부의 마음을 돌렸을까. 통장을 보여줬다나 어쨌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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