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와 상용화가 동시에...'리빙랩' 모델 확산
R&D와 상용화가 동시에...'리빙랩' 모델 확산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1.03.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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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개발단계부터 적극 참여
시장 동떨어진 투자 리스크 최소화

‘사회문제 해결’ 지자체 도입 활발
배달로봇∙헬스케어 보안 등 눈길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단계에서부터 상용화까지 소비자가 적극 참여하는 ‘리빙랩’ 모델이 각광받고 있다. [사진=클립아트 코리아]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단계에서부터 상용화까지 소비자가 적극 참여하는 ‘리빙랩’ 모델이 각광받고 있다. [사진=클립아트 코리아]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됐을 때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제품을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결코 적지 않다. 그러한 노력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이 싸늘하다면? 이 때 발생하는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개발단계에서부터 소비자가 적극 관여해 수요에 최적화된 상품을 완성하도록 하는 ‘리빙랩’이 산업의 혁신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능동적 소비자 시대

리빙랩(Living Lab)은 말그대로, 시민이 생활하는(living) 공간에서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실험실(laboratory)을 표방한다.

리빙랩 개념을 최초로 시도한 것은 2004년 미국 MIT미디어랩의 윌리엄 미첼 교수가 진행한 연구로 꼽힌다. 그는 특정 아파트에 사람들을 거주하게 하고 ICT와 센서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관찰하고 가설을 검증했다.

국내에서는 2013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진행한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개발 사업’의 추진체제로 도입된 것이 최초다. R&D 사업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사용자와 개발자가 현장에서 협업하는 시스템으로 도입됐다.

기존에는 제품과 서비스를 먼저 개발한 뒤 이를 활용할 곳을 찾았다면, 리빙랩 방식은 어떤 수요가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이를 충족하기에 적합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소비자의 역할이 단순 사용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제품과 서비스의 수요를 구체화하고 시제품 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프로토타입을 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시제품의 사용성과 유용성을 평가하고, 먼저 사용한 뒤 다른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홍보활동까지 겸한다. 당연히 제품이 정식 출시되면 최종 소비자가 된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활동은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는 데 힌트가 되기도 한다.

일상의 언어나 데이터로 표현할 수 없는 ‘암묵적 수요’와 더 나아가 아직 발현되지 않은 ‘잠재 수요’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실 ‘갈라파고스’는 그만…수요 중심 혁신모델

리빙랩은 경제∙사회 현장과 동떨어진 R&D 시스템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안된 목적이 크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대 추진된 u시티 사업을 들 수 있다. 유무선 통신기술을 기반으로 각종 도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실수요와 거리가 먼 서비스 개발과 ‘탑다운(top-down)’ 방식 운영으로 사업의 지속성이 유지되지 못했다.

이밖에, R&D 자체로는 의미가 있지만 상용화 이후 시장에서 모습을 감춘 기술은 너무나도 많다. 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이를 계기로 문을 닫기도 하는 등 파생되는 경제적 손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리빙랩은 사용자와 계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기술의 수요를 구체화하고 실증함으로써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리빙랩은 수행 주체에 따라 △연구기관 주도형 △지자체 주도형 △시민사회 주도형 △기업 주도형으로 나뉜다.

대학이나 연구소 등 연구와 교육기능을 가진 주체가 이끄는 리빙랩을 연구기관 주도형으로 분류한다. 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현장지향적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양한 주체가 함께 일하는 리빙랩을 통해 혁신네트워크를 구축, 혁신 활동을 위한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게 된다.

지방자치단체 주도형 리빙랩은 지역 사회가 직면한 안전, 환경, 에너지, 돌봄, 경제 활성화 같은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대적으로 넓은 사용자 그룹과 지역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민사회 주도형은 시민들과 사용자 조직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사용자의 생활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 리빙랩을 통해 지역사회에 새로운 유형의 공동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이 리빙랩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 사용자를 참여시켜 실효성 있는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자체 리빙랩 추진 활기…스마트시티 ‘마중물’

헬스케어 보안을 위한 리빙랩도 추진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 코리아]
헬스케어 보안을 위한 리빙랩도 추진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 코리아]

최근 리빙랩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지자체가 직면한 여러 사회적 문제가 두드러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이 직접 참여한다는 취지에 잘 부합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나아가 스마트시티 실현의 밑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요 사업을 살펴보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마곡 스마트시티 리빙랩’이 있다.

마곡 스마트시티 리빙랩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5G+ △스마트제조 △지능형로봇 △ 미래자동차 △실감형콘텐츠 △스마트시티 △블록체인 등 4차산업 관련 기술 테스트베드로 제공된다.

그간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음식배달 서비스를 비롯, 전동킥보드 전용 충전 주차 스테이션을 통한 공유경제,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비대면 건강관리 솔루션 등 2년 간 총 10개 프로젝트의 기술 실증과 서비스 시범운영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시 측은 올해 5개 신규 프로젝트 수행기관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제주도에선 ‘스마트 모빌리티 리빙랩’이 시행 중이다.

△무선충전 자율주행 셔틀 운행 △퍼스널 모빌리티 및 초소형 전기차 공유 서비스 △디지털트윈 기술을 도입한 사전 리스크 관리 등이 추진된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2019년부터 KAIST와 협력해 ‘친환경스마트자동차연구센터’를 운영해 왔다. 최근에는 미래자동차 연구·협업공간인 ‘EV랩’을 구축 중이다.

원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보안리빙랩’도 눈길을 끈다.

디지털 헬스케어 수요자와 기업이 기기 및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는 리빙랩을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내에 구축했다.

보안리빙랩은 의료기기 및 서비스가 보안·정보보호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 어떤 위험이 있는지 체험하는 보안 위협 시연 공간과 기기 및 서비스에 대한 각종 취약점을 시험하는 보안테스트 공간, 보안 컨설팅을 제공하는 리빙랩 관리 공간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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