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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극대화·비용 절감의 덫…무자격 불법하도급 '수두룩'
이윤 극대화·비용 절감의 덫…무자격 불법하도급 '수두룩'
  • 이민규 기자
  • 승인 2023.08.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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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근 누락 ‘순살아파트’ 사태를 통해 본 부실공사 현주소

LH·한전·도공 퇴직자 절반
연관업체서 일감 따기 영업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 형성

통신공사도 반면교사 삼아야
선결과제는 불법하도급 근절

철저한 설계·시공·감리 급선무
현장 기술인력 직무교육 필수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지난 4월 29일 인천 검단 신도시에 위치한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 조사결과 이번 사고는 무량판 구조의 전단 보강근(철근)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고로 적정 기준에 맞게 철근이 설치되지 않은 이른바 ‘순살아파트’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부실공사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다.

 

■ 무량판 구조 293곳 전수조사

무량판 공법은 하중을 견디는 수평 기둥인 보(beam)를 설치하지 않고 철근 콘크리트 바닥인 슬래브(slab)가 기둥을 지탱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내력벽이나 보를 두지 않기 때문에 건물 내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또한 벽식구조에 비해 슬래브를 두껍게 구성해 층간소음을 줄이고 공사기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2017년부터 국내 아파트 공사 등에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이번에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GS건설 등 대형건설업체에서 시공을 맡았다. 건설사고조사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는 설계·시공·감리 전 분야에 걸쳐 총체적 부실을 안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설계단계에서부터 적정 수량의 철근을 넣지 않거나 도면대로 시공하지 않는 등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

국토부는 무량판 구조의 LH 아파트 91곳에 대한 조사를 벌여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을 확인했다. 국토부는 LH가 무량판 구조를 지하주차장 외에 일반 주거동에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철근이 충분하게 들어가지 않은 ‘순살아파트’에 대한 국민적 불안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와 같은 안전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특히 국토부는 무량판 구조를 도입한 전국 아파트 단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전수조사 대상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중 시공 중인 현장 105개소와 2017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 188개소 등 총 293곳이다. 국토부는 9월 말까지 조사를 마치고 그 결과를 조속히 발표할 계획이다. 전수조사 결과, 철근 누락 등이 발견된 단지에 대해서는 시공사가 연말까지 보수·보강을 실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건설 과정에서 법령위반 행위가 적발된 설계·시공·감리자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처벌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7일 국토안전관리원장, 한국시설안전협회장, 안전진단전문기관 등과 무량판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점검회의를 갖고 안전진단기관의 투명한 선정과 국토안전관리원 중심의 철저한 점검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이날 원 장관은 “안전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면서 “무량판 구조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걱정이 큰 만큼, 안전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공정하고 치밀한 조사를 거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점검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 힘도 정부의 노력에 발맞춰 지난 4일 당 차원의 ‘아파트 무량판 부실공사 진상규명 및 국민안전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켰다. 윤재옥 국민의 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안전 TF 1차 회의에 참석, “지금이라도 우리나라 주택건설 정책의 구조적 측면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할 때”라면서 “부실공사의 진상을 정확하게 규명해 국민불안을 덜고 잠재적 붕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도색 작업 공고 후 보강공사도

정부와 여당이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부실공사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각종 조사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는 부실공사 사례는 국민적 불안의 단초가 되고 있다. 한 예로 파주의 공공임대 아파트 단지의 경우 철근 누락을 숨기기 위해 도색 작업라는 거짓 공고문을 붙이고 보강공사를 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련의 사태와 관련, 정부와 여당은 문제의 근본 원인이 수십 년을 이어온 안전불감증과 비리로 얼룩진 건설업계의 이권 카르텔에 있다고 진단했다. LH 퇴직자가 설계·감리업체에 재취업하고 이들 전관이 임원으로 있는 업체들이 LH로부터 일감을 받아 설계·시공·감리가 이뤄지는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이 부실공사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설계·시공·감리가 한 몸이 돼 부실공사를 눈감아주고 허술한 업무처리 과정에 일말의 고의성이라도 있었다면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에 다름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LH 퇴직자에 대한 전관예우가 철근 누락 아파트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공공기관의 불공정 계약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도 주요 공기업 전관에 대한 특혜문제가 불거졌다.

지난해 6월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월 1일부터 2021년 3월 31일까지 LH와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3개 기관의 3급 이상 퇴직자는 2342명이며 이 중 1118명(47.7%)이 해당 기관과 계약실적이 있는 업체에 재취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LH 등 3개 기관은 2016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98조3798억원 규모의 12만3585건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중 21.5%인 2만6616건의 경우 자사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와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계약은 약 22조351억원 규모로, 금액으로는 전체의 22.4%를 차지한다. 그리고 같은 기간 3개 기관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와 체결한 2만6616건의 계약 중 8162건(30.6%)은 일반경쟁에 의한 계약이 아닌 수의계약이었고, 그 금액은 6조833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LH 사장으로 하여금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심사·평가위원과 미리 접촉하거나 사전설명을 통해 심사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 없게 하라고 통보했다. 특히 사전접촉·사전설명 신고 의무를 위반한 심사·평가위원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사전접촉을 하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내부위원들을 자체 조사한 후 적정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는 전기공사 관련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공여한 하수급인에 대한 행정처분 규정을 전기사업법에 명시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제재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 실제 시공은 하도급사가…완성도 낮아

정부의 진단과 감사원 감사에서 보듯, 공기업 고위직 출신자를 임원으로 영입해 기술력이 아니라 영업과 로비력으로 일감을 따내는 구조가 건설현장에 오랜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대다수 건설업체들이 이윤 극대화를 우선시 하다 보니 공사 단가를 낮추고 안전을 도외시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는 것도 부실공사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욱이 적은 비용으로 공사를 하기 위해 규정에 어긋난 다단계 불법하도급이 끊이질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적정공사비를 확보해 체계적으로 공사가 이뤄져야 시공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데 최저가 입찰로 하도급 업체를 선정해 공사를 맡기니 고품질 시공은 더욱 어려워진다. 발주자와 원도급자가 아무리 고품질 시공을 표방해도 실제 시공을 맡은 하도급·재하도급 업체의 사업역량과 기술력이 떨어지다 보니 공사의 완성도를 높이기 어려운 형국이다.

정보통신공사업계도 이번 철근 누락아파트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고품질 시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이윤 극대화와 비용 절감의 덫에 걸려 적정 시공능력을 갖추지 않은 무자격 업체에게 공사를 하도급 주는 불법행위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다.

아울러 설계 및 시공, 감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현장인력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직무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시공품질 향상의 필수과제라 할 수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주요 정보통신설비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해 적정 자재를 사용하는 일이 핵심과제로 꼽힌다. 관련규정과 기술기준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건축물에 적합한 통신장비와 자재의 규격을 파악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정보통신업체 K대표는 “주요 공정별로 체계적인 업무수행을 통해 네트워크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만 고품질 정보통신인프라 구축의 기본 토태를 갖출 수 있다”며 “당장의 작은 이윤에 집착하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력을 키우는 게 수익률 향상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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