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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재난망, 그래도 봄은 왔다
[기자수첩]재난망, 그래도 봄은 왔다
  • 차종환 기자
  • 승인 2018.04.23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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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세월호 4주기를 맞았다. 아픔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았고 의혹은 현재 진행형인데, 어느덧 4년,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흐드러진 벚꽃과 따스한 봄기운을 만끽해야 될 시기가 이제는 마음 한켠 무거운 짐으로 자리잡았다.

통신업계는 일견 큰 빚을 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때까지만 해도 지지부진하던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이 세월호 직후 극적으로 국무회의를 통과해 전체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2년여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엔 드디어 본 사업이 시작된다. 해상, 산악, 철도 등 전국 어디에서 사고가 일어나든 통신 두절로 인해 구조가 지연되는 상황은 ‘절대’ 없게 한다는 것이 목표다.

18일 있은 ‘공공안전통신망 춘계 워크숍’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때 시범운용 된 재난망 사용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실제 운용사례가 발표된 것은 처음이었다. 재난망을 통한 관계기관의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재난의 예방과 대응이 동시에 이뤄지는 모습은 실로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여러 개선해야 될 사항이 눈에 띄지만 재난망 본연의 가치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은 실감할 수 있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단말 제조업계에서는 단말의 스펙이 확정되지 않아 만족할 만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관이 운영하던 기존 망과의 연동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도 숙제로 거론됐다. 대중들의 관심이 부족하니 브랜드 네임을 정해 주목도를 높이자는 의견도 눈길을 끌었다.

문제점을 성토하기보다 하루빨리 재난망을 현실화하고자 하는 업계의 공통된 기운이 느껴진 것은 기자의 착각일까. 십수년을 이해관계로 좌충우돌 해온 재난망 사업을 지켜본 터라 새삼 어색하기까지 하다.

이제는 속도전이다. 세월호 이후에도 지진, 화재, 홍수 등의 피해는 매년 있어온 만큼, 재난망의 현실화는 곧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그동안 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기술표준, 사업비, 경제성 이슈 등은 대부분 해결 또는 조율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해당사자 끼리 또 문제가 제기돼 사업이 지체된다면 누군가에겐 ‘골든타임’이 됐을 시간이 헛되이 지나가버리는 것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는 공공안전용 네트워크라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상용사례가 차곡차곡 쌓이고 그 효과가 입증된다면, 통신공사업계의 오랜 숙원인 해외 진출도 재난망을 통해 이뤄지지 말란 법 없다.

하루빨리 재난망을 상용화 수준으로 끌어올려 ‘막을 수 있었던 인재’임에도 목숨을 잃은 이들이 다시는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앞서 간 이들의 영혼을 달래는 길이지 않을까. 통신업계는 사명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긴 터널을 지나, 그래도 봄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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