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방송장비 업계에 만연한 불공정 입찰 관행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당진종합운동장 음향시설 교체 공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사업은 당진종합운동장의 노후 음향시설을 교체하는 공사로, 스피커, 앰프 등 총 95대의 장비를 구매하는 것으로 지난달 입찰마감됐다. 총 7억원가량의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문제는 본 사업이 일반적이지 않은 입찰 방식으로 진행돼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가 주어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방송장비는 일반경쟁계약, 다수공급자계약, 우수조달물품 등 3가지 형태로 발주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다수공급자계약 2단계경쟁’ 방식을 채택했다. 업계는 전례 없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다수공급자계약 2단계경쟁은 다수공급자계약에 따른 조달청 종합쇼핑몰 내 등록물품을 기준으로 제안서를 제출받아 심사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소위 ‘깜깜이 입찰’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조달청 종합쇼핑몰 내 다수공급자계약 2단계경쟁 정보 조회 시 ‘음향’을 키워드로 최근 1년간 공고건을 검색하면 해당 방식으로 진행된 건은 전무하다.
최근 3년간을 기준으로 검색하면 2건이 조회되는데, 모두 특정 업체가 낙찰된 것으로 나타나 해당 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방송장비 산업의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외산 선호 기조가 그대로 드러난다.
스피커는 구매희망규격 ‘DUAL 12 이상, 2000W 이상, 139dB 이상’을 제시하고 있는데, 사양상 라인어레이스피커를 요구하는 것으로 특정 외산제품 이외엔 규격을 만족하는 제품이 없다.
특히 ‘DUAL 12’라는 사양 자체가 종합쇼핑몰에 등록된 기본사양이 아닌 특정 외산제품의 브로셔를 인용한 사양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수공급자계약 제도 자체가 품질을 인정받은 다수의 공용물품을 수요처가 손쉽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특정규격을 ‘알박기’로 경쟁이 불가능하게 만들면 제도는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본 사업은 입찰 공고 단계에서부터 애초에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로 시작됐다는 비난이 거센 상황이다.
업계는 공공기관이 본질적으로 갖춰야 할 공익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업 예산은 모두 국민의 세금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본 당진종합운동장 음향시설의 경우 실외에 설치될 가능성이 높음을 감안하면, 여러 악천후에 대한 노출을 피할 수 없어 지나치게 고사양의 장비를 도입할 경우 유지보수 비용이 더 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산제품을 특정하고 있는 본 계약 건은 같은 스펙의 국산장비를 사용할 시 거의 절반 가격에도 집행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특정업체에 과도하게 유리한 조건은 세금이 투명하게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고 말했다.
국산장비의 ‘가성비’가 뛰어남에도 외산장비를 비싸게 구입하려는 행태는 여러 ICT장비 구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유독 방송장비에서 외산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이는 공공부문에서 특히 심하게 나타난다는 게 중론이다. 방송사고가 발생했을 때 장비가 외산일 경우 유야무야 넘어가지만, 국산일 경우 장비를 도입한 담당자에게 책임이 전가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관행은 국산장비가 설 자리를 더욱 좁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국산장비가 원인이 돼 발생한 방송사고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공무원들의 책임회피식 외산 선호 현상이 지속되는 한, 세금 낭비에 국산장비의 도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최소한 입찰 과정이라도 투명하게 공개해 업계의 자정 작용을 거쳐야 할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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