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더 좋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그것은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이 될 수도 있고,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한 것이 될 수도 있으며, 더 싼 가격에 생산이 가능하도록 해 소비자에게 보다 저렴한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끊임없이 거치며 시장 우위에 서는 것이 곧 경쟁이다. 경쟁이 산업계 전체, 나아가 국가경제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시장이란 게 무한정 커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리 물건이 잘 팔려도 어느 순간 시장은 ‘포화상태’에 직면한다. 다음 먹거리를 준비하지 못한 기업이 이 허들을 넘지 못해 스러져간 케이스는 셀 수 없이 많다.
하물며 그 시장이란 것이 애초에 작디작은 파이였다면, ‘선순환적 경쟁’ 보다는 상대를 밟아야 내가 사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법적으로든 도의적으로든, 석연치 않은 움직임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우위에 선 기업이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각 기업이 서로 경쟁은 하지만 한편으로 동종업계 동반자로서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론 더욱 유리하다고 보는 이유다. 중소기업이 산업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이기에 어쩌면 경쟁 보다 중요한 것이 상생이 아닐까 싶다.
최근 방송장비업계가 조달청의 직접생산확인제도 실태조사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겉으로 보기엔, 제도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는 차원이겠구나 싶지만, 원인을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 보니 어느 한 업체의 이기심이 발단이 됐다는 후문이다.
애초에 아무 상관이 없던 기업들까지 조사를 받게 됐으니, 그 이기심은 ‘그냥 다 죽자’는 결론이 돼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가뜩이나 작은 방송장비 시장에 상생의 미덕이 아쉬운 대목이다.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이 충분히 그럴 수 있음에도 경쟁사를 힘으로 찍어 누르지 않는 이유가 있다. 성공한 벤처기업이 끊임없이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보태며 어찌보면 경쟁사가 될 지 모르는 기업을 돕는 이유도 다 그런 것이다.
혼자 살면 죽는다. 시장이 살아있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으며 그 시장을 살아있게 하는 것은 하나의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상반된 단어 같이 보이지만 그래서 경쟁과 상생은 곧, 같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