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9:26 (금)
[기자수첩] 경쟁과 상생 사이
[기자수첩] 경쟁과 상생 사이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3.06.13 2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더 좋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그것은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이 될 수도 있고,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한 것이 될 수도 있으며, 더 싼 가격에 생산이 가능하도록 해 소비자에게 보다 저렴한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끊임없이 거치며 시장 우위에 서는 것이 곧 경쟁이다. 경쟁이 산업계 전체, 나아가 국가경제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시장이란 게 무한정 커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리 물건이 잘 팔려도 어느 순간 시장은 ‘포화상태’에 직면한다. 다음 먹거리를 준비하지 못한 기업이 이 허들을 넘지 못해 스러져간 케이스는 셀 수 없이 많다.

하물며 그 시장이란 것이 애초에 작디작은 파이였다면, ‘선순환적 경쟁’ 보다는 상대를 밟아야 내가 사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법적으로든 도의적으로든, 석연치 않은 움직임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우위에 선 기업이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각 기업이 서로 경쟁은 하지만 한편으로 동종업계 동반자로서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론 더욱 유리하다고 보는 이유다. 중소기업이 산업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이기에 어쩌면 경쟁 보다 중요한 것이 상생이 아닐까 싶다.

최근 방송장비업계가 조달청의 직접생산확인제도 실태조사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겉으로 보기엔, 제도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는 차원이겠구나 싶지만, 원인을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 보니 어느 한 업체의 이기심이 발단이 됐다는 후문이다.

애초에 아무 상관이 없던 기업들까지 조사를 받게 됐으니, 그 이기심은 ‘그냥 다 죽자’는 결론이 돼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가뜩이나 작은 방송장비 시장에 상생의 미덕이 아쉬운 대목이다.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이 충분히 그럴 수 있음에도 경쟁사를 힘으로 찍어 누르지 않는 이유가 있다. 성공한 벤처기업이 끊임없이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보태며 어찌보면 경쟁사가 될 지 모르는 기업을 돕는 이유도 다 그런 것이다.

혼자 살면 죽는다. 시장이 살아있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으며 그 시장을 살아있게 하는 것은 하나의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상반된 단어 같이 보이지만 그래서 경쟁과 상생은 곧, 같은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인터넷 신문 등록 사항] 명칭 : ㈜한국정보통신신문사
  • 등록번호 : 서울 아04447
  • 등록일자 : 2017-04-06
  • 제호 : 정보통신신문
  • 대표이사·발행인 : 함정기
  • 편집인 : 이민규
  • 편집국장 : 박남수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대로 308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보통신신문사
  • 발행일자 : 2024-04-26
  • 대표전화 : 02-597-8140
  • 팩스 : 02-597-822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민규
  • 사업자등록번호 : 214-86-71864
  • 통신판매업등록번호 : 제 2019-서울용산-0472호
  • 정보통신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1-2024 정보통신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oit.co.kr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abc협회 인증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