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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가 왜 ‘통신’을 했는지 모르겠다
[기자수첩] 내가 왜 ‘통신’을 했는지 모르겠다
  • 차종환 기자
  • 승인 2023.08.29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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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A기업은 레이저 기반 미용∙의료기기로 그야말로 ‘핫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이렇다할 사례조차 없던 시기에 헬멧형 탈모치료기를 내놓으며 시장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가하면, 피부 탄력 강화 및 재생에 효과가 있는 고주파 장비를 출시해 해외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B기업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CCTV에 블록체인 기술을 더했다.

포화상태에 다다랐다고 평가되는 CCTV 시장에 ‘위변조가 불가능한’ 영상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연 셈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CCTV 보안사고에 대응해 적기에 수요맞춤형 제품을 공급하게 된 R&D 투자가 빛을 발했다.

C기업은 통합 디지털 의료 플랫폼으로 눈길을 끈다.

병원의 내외부 서비스를 한데 묶는 플랫폼으로 ‘의사들이 먼저 인정하는 시스템’이 자랑이다. 축적된 빅데이터는 인공지능(AI) 의료 플랫폼으로의 고도화를 예고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성을 먼저 알아본 투자자들의 투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예로 든 세 기업의 공통점이 있다. 언뜻, 여느 유망한 스타트업이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일 것 같지만 ‘놀랍게도’ 이들의 본업은 정보통신공사다.

국내외 경제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경영 환경임은 분명하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내가 왜 통신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후회와 회한 섞인 목소리다. 유독 통신공사업계가 그러하다.

원인을 꼽자면 열손가락이 모자란다. 전체 그림을 그려보면 그 각각의 원인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악순환 중이다. 구조적인 문제란 얘기다. 그렇다면 저렇게 국내외에 이름을 떨치는 기업이 나오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인가.

당사자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편이 빠르겠다 싶어 얻어낸 답은 ‘하던 것만 하지 않았다’로 결론이 모아진다.

불현듯,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이 아닌가.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숱한 비난의 화살을 맞았던 통신사들이다. 그들은 지금 통신이 아닌 각종 서비스 사업에 집중하며 매년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신규 비즈니스임에도 그토록 빨리 궤도에 올라설 수 있는 원동력은 다름아닌 ‘통신망’이라는 플랫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은 그렇게도 갖고 싶어하는 플랫폼을, 통신업계는 이미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통신사들의 ‘외도’가 그저 배 아파해야 할 일인지, 나의 성장에 힌트가 될 일인지는 각자 생각하기 나름이다.

어느 대표의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판다.

“통신공사가 노가다로 남을지, 고부가가치 기업으로 성장할지는 소프트웨어에 달렸다.”

기술이 없다면 잘하는 기업과 협력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통신공사업체들이 유독 약한 부분이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필자 역시 많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봐왔지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공사업체를 살펴보면 그게 무엇이 됐든 소프트웨어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점이 공통분모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기업을 ‘유니콘 기업’이라 부른다. 어느덧 기자생활 15년이다. 공사업계 유니콘 기업을 취재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는 건 그저 희망사항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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