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신문=차종환기자]
인공지능을 논하는 첨단의 시대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후진국형 사고가 일어났다. 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의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사고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는데, 이게 과연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가 가능한 것인지 되묻고 싶을 정도의 임팩트가 전해진다.
붕괴가 발생한 지하주차장 슬래브 인근의 도면을 분석한 결과, 구조설계상 모든 기둥(32개소)에 전단보강근이 필요하나, 기둥 15개소가 전단보강근 미적용 기둥으로 표기됐다고 한다.
전단보강근이라함은 쉽게 말해 철근이라고 보면 된다. 일종의 뼈 역할을 하는 자재가 들어가지 않았으니, 네티즌들 사이에선 ‘순살XX’라는 말이 나오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감리에서도 철근작업상세도 작성 후 도면을 확인·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파트 입주민이 발견하라는 뜻인가.
시공단계에서는 32개소 중 붕괴된 위치 등 확인이 불가한 기둥을 제외하고 8개소 조사 결과 4개소에서 설계와 다르게 전단보강근을 누락했다.
하나만 부실해도 사고를 걱정해야 될 판에 3단계의 건설 프로세스 모두가 총체적 부실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아파트 입주 후에 사고가 생겼다면? 간담이 서늘하다.
해당 건설사는 아파트의 전면 재시공을 발표했다. 추가비용만 50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명피해라도 있었으면, 그 비용은 돈으로 환산할 수 있었을까.
건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보통신공사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좀 더 디테일한 조사가 있어야 하겠지만 건설업계의 여러 구조적 문제가 야기한 참사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갑자기 생겨난 일이 아니다.
그에 빗대어 볼 때 정보통신공사업계에도 부실을 야기할 만한 위험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발주처의 안일한 통합발주, 저가하도급, 비전문가에 의한 시공 등등 정보통신 인프라의 품질을 현저히 떨어트리는 일들이 수십년간 지속되고 있다.
정보통신공사가 건설만큼 인명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가볍게 대처해도 될 문제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요즘 거의 모든 안전 시스템은 정보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최근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보통신설비의 유지보수∙관리가 제도화되고 설계∙감리 자격이 개선된 점은 일말의 빛을 가늠케 한다. 하지만 여러 산적한 업계의 숙제를 감안하면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혹여 정보통신공사의 부실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생기기 전에 이번 건설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더욱 면밀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