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비중 61.2%로 절대적
투자 감소에도 점유율 더 늘어
수출액 급감…구조적 부실 우려
국내 네트워크장비 업계의 통신사업자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다각화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신사의 투자 여부에 기업의 생존이 걸린 산업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네트워크장비 산업은 통상적으로 물품판매와 함께 설치 및 시공까지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정보통신공사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가 최근 발표한 ‘2016년 국내 네트워크장비 제조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네트워크장비 매출 실적은 약 5022억원으로, 기업 평균 매출액은 64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구성을 살펴보면, 국내 매출이 4291억원으로 85.4%를, 수출액이 731억원으로 14.6%를 차지했다.
국내 매출은 통신사업자의 매출 비중이 61.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공공시장 32.3%, 일반시장 6.4% 순으로 집계됐다. 통신사업자의 매출 비중은 전년대비 5.0%가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결과는 국내 네트워크장비 산업이 여전히 불안정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신사업자의 설비투자는 2014년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장비업계의 매출 비중은 오히려 통신사 부문에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통신사에 대한 실적 감소치 보다 다른 분야의 매출 감소폭이 훨씬 컸음을 드러내는 결과다.
내수 환경이 전년보다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은 ‘제품에 대한 시장수요 감소(32.6%)’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어 ‘경쟁사 증가에 따른 경쟁환경 악화(23.3%)’와 ‘마진 감소(14.0%)’ 순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내수 시장을 탈피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해외진출의 움직임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2016년 수출액인 731억원은 전년도 수출액이 1608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거의 반토막 수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경험 및 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도 62.7%에서 70.5%로 늘어, 업계 전반적인 해외진출 의지도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네트워크장비 매출액이 높은 기업일수록 해외진출을 준비하거나 진행 중인 비율이 높게 나타났는데 매출액 10억원 미만의 기업은 9.5%만이 해외진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 규모별로 보면, 50억원 이상의 기업은 ‘해외 시장 및 판로정보 부재’에서, 10억 미만 기업은 ‘가격 경쟁력 및 자금조달’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통신요금 할인 이슈 등으로 통신사가 투자 규모를 늘릴 근거는 거의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통신사 의존에 벗어나 신시장 개척, 해외진출은 이제 기업의 필수 생존 요건이 됐다”고 진단했다.